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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on

[삐뚤어지기#2] 도라에몽



도라에몽은 1969년 일본에서 처음 연재된 후 지금까지도 연재되고 있는 일본의 인기 만화다. 초기 만화책으로 연재됐는데 지금은 만화책보다 애니메이션으로 더 접하기 쉬운 만화다. 무려 44년을 연재해 온 만큼 그 인기도 꾸준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대충 줄거리는 많은 것이 부족한 진구(노비타)를 도라에몽이 도와주며 진구의 성장을 돕는다. 도라에몽에게는 배에 달린 사차원 주머니가 있는데 이곳에 들어있는 각종도구들은 진구를 도와주기도 하고 소원을 들어주기도 한다. 크기는 작아보여도 그 속에 들어있는 물건은 무한대다. 도라에몽은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많은 게임으로도 탄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다양한 패러디가 있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의 만화다. 


하지만 이 전설적인 도라에몽을 찬찬히 보고 있자면 울화통이 터진다. 우선 도라에몽의 진구 교육방식이 잘못됐다. 도라에몽이 진구를 돌봐주는 보모 로봇이라고는 하나 너무 오냐오냐한다. 일단 진구 이자식이 뭔가 해달라고 하면 웬만하면 다해준다. 처음에는 안 해줄라고 해도 진구고 좀 찡찡거리면 어쩔 수 없이 해준다. 그러니 자연스레 진구는 매번 도라에몽에게 의지한다. 그로인해 벌어지는 사건도 많다.



한번은 눈이 보고 싶다는 진구에게 눈을 만들 수 있는 물건을 빌려주는데 진구 이 녀석은 이걸 가지고 잘못해서 집 전체를 눈으로 덮어버린다. 아침엔 아빠가 출근해야하는데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물건을 함부로 하는 진구에게 물건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스티커를 한 장 꺼내준다.(사실 이것도 준 게 아니라 진구가 훔쳐간 거다) 이거 가지고 돌아다니다가 동네 온갖 물건들에 붙여 동네가 난장판이 된다.(이 녀석도 코난 못지않게 많이 해먹는다) 도라에몽의 사차원 주머니에서는 별의별 희한한 물건들이 다 나오는데 이걸 진구에게 빌려주면 무조건 사고를 친다. 

이런 사태의 뒷수습은 주로 도라에몽이 한다. 맨날 “어쩔 수 없지”하면서 도라에몽이 다 처리해주고는 하는데 이러니깐 진구가 버르장머리도 없고 개념도 없는 거다. 어리다고 그 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계속 키우면 진구는 나중에 진짜 개념도 없고 근성도 없고 버르장머리도 없는 어른이 될 꺼다. 아니면 사회부적응자가 되던가. 


도라에몽이 진구를 아껴 오냐오냐하는 것은 알겠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진구에게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 진구를 위해서 진구가 저지른 사고는 진구가 처리하게 해야 하는 거다.

도라에몽은 그렇다 치고 제일 문제는 ‘진구’ 이 녀석이다. 일단 진구는 한마디로 찌질하다. 학교는 맨날 지각하고 숙제는 안한다. 공부도 못하데 운동도 못한다. 그러면 착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그냥 잘하는 게 없다. 아, 있긴 있다. 퉁퉁이한테 맞고 와서 울길, 도라에몽에게 때 쓰기, 사고치기 정도? 아무튼 정말 인간구실 못한다. 


이런 상황에 은근 여자는 밝힌다. 같은 반 친구이자 나름 홍일점인 이슬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슬이에게 잘 보일려고 별짓을 다한다. 이슬이가 “아 눈이 왔으면 좋겠다.”하면 진구는 바로 도라에몽에게 달려가 눈을 만들 수 있는 물건을 달라한다. 진짜 이슬이가 간 빼달라고 하면 쓸개까지 빼줄 기세다. 딱 여자에게 다 뜯어먹 힐 타입인 호구다. 그러고 보면 이슬이도 어장관리를 잘한다. 

평소 놀 때는 진구나 퉁퉁이, 비실이랑 잘 논다. 필요한 건 곧잘 진구에게 얻어낸다. 그런데 진구는 공부를 못하니 공부가 필요할 땐 반에 공부 잘하고 잘생긴 친구를 집으로 불러 같이 공부한다.(꼭 집으로 불러야했는가?) 이정도면 개인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어장관리다.


진구의 친구들도 제대로 된 놈이 없다. 우선 퉁퉁이. 이 녀석은 요즘 문제시 되고 있는 학교폭력의 산실이다. 뭐든 자기가 갖고 싶은 건 힘으로 뺏으려 든다. 툭하면 진구를 패기도 하며 진구의 물건들(이것도 사실 도라에몽의 물건이다)을 강탈하기도 한다. 요즘 티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진 같다. 

진구와 같이 야구를 할 때도 보면 진구는 야구를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엄청 갈군다. 사실 진구가 좀 못나긴 했어도 일부러 못하겠는가? 근데 꼭 그걸 가지고 뭐라 하고 때리고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진구는 퉁퉁이가 야구 하자고 하면 피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 퉁퉁이는 언젠간 고소를 당하던가 경찰서에 가서 인생은 실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 같다.


비실이 이 녀석은 퉁퉁이 와는 다르지만 하는 짓은 꼭 양아치다. 힘 있는 퉁퉁이에게는 설설 기면서 이슬이나 진구에게는 쌘 척한다. 거기에 집이 좀 잘산다고 온갖 잘난 척하는데 한마디로 재수가 없다. 아니 지가 번 돈도 아니고 부모 잘 만나서 좀 잘사는 거 가지고 유세를 떠는 모습은 정말 꼴 보기 싫다. 내가 진구였으면 퉁퉁이랑은 놀아도 비실이랑은 안 논다.


도라에몽은 44년을 연재했다. 44년 동안 진구는 어린이다. 작가는 이미 96년도에 죽었는데도 진구는 학생이다. 슬프게도 작가는 죽었어도 도라에몽과 진구의 친구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아직도 그들이 어린이로 남아있는 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들의 작은 바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본다. 그래도 진구는 좀 정신차려야한다. 언제까지 도라에몽이 지켜주진 않을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항상 고생하는 진구네 어머니께 한마디 하겠다.

“진구 어머니. 어머니는 안경 벗는 게 더 예뻐요”


written by 저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