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새벽일을 한 적이 있다. 새벽일이라면 짐작하겠지만 공사현장에 나가는 거였다. 5시 일어나 차로 부지런히 달리면 7시쯤 현장에 도착한다. 새벽에 일어나본 이라면 알겠지만 씻을 시간도 부족한 아침이다. 

매번 대충 국에 밥 말아 마시듯 먹거나 운 좋게 컨디션 좋아 일찍 일어난 날이면 그나마 밥상 구색 차려 한술 뜨는 게 전부다. 나중엔 체력 딸려 잘 일어나지 못하는 날이 허다해 빈속으로 나가는 게 일수였다. 그래도 나는 부지런한 어머니 덕에 그나마도 잘 챙겨먹은 경우였다.


함께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아침을 거르고 출근했다. 전부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현장엔 아침 해결할 함바집도 있었지만 상태가 군대 짬밥보다 못했다. 그러다 보니 조회 후 식사 대부분은 편의점에서 해결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맛도 괜찮다. 인스턴트와 레토르트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한 끼 때우는데 큰 거부감은 없었다.

초반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햄버거였다. 봉지 끝 살짝 뜯어 레인지에 잠깐 돌리면 금방 따뜻한 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햄버거가 그렇듯 콜라와 조화가 괜찮았다. 햄버거를 먹으며 가장 좋았던 건 굳이 의자에 앉아 먹을 필요가 없단 것이었다. 돌린 햄버거를 들고 아무 곳이나 앉아 먹으면 그만이었다. 뭐, 땅바닥에 앉아 먹는 경우도 있어 보기는 안 좋았을지 모르지만.


햄버거 종류는 많았다. 흔한 불고기버거부터 치킨버거, BBQ버거. 못해도 8가지는 된 듯하다. 오늘은 이거 내일은 저거, 선택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개인적인 입맛으로는 불고기버거가 가장 먹을 만했다. 하지만 햄버거의 가장 큰 단점은 먹고 난 후의 니글거림이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빵에 고기를 넣어대니 콜라를 마신다 해도 느끼함은 가시지 않았다. 나중엔 니글거리다 못해 더부룩하기까지 해 그리 오래 먹지 못했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메뉴는 햄버거보단 깔끔한 샌드위치였다. 채소도 많이 들어있고 고기라 해야 베이컨이나 참치 정도라 느끼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었다. 샌드위치도 햄버거 못지않게 종류가 많았는데 참치마요네즈 샌드위치, 케이준 치킨샐러드 샌드위치, 빵만 다른 호밀빵 샌드위치 까지. 들어있는 내용물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었지만 참치마요네즈 샌드위치는 맛이 꽤 훌륭했다. 참치의 담백함에 마요네즈의 부드러움이 식감을 자극했다. 더불어 레인지에 돌릴 필요가 없어 편리했다.


그러나 샌드위치는 햄버거보다도 오래 먹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샌드위치는 신선한 채소와 빵의 조화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편의점 샌드위치 그렇지 못했다.

빵보다 내용물이 적어 한 두입 베어 먹으면 서너 입은 빵만 먹어야했다. 그래서 두어 입 베어 먹고 나머지 빵 자투리는 피자 끝처럼 버렸다. 그래도 햄버거는 빵이 모자라 버린 적은 없었는데 샌드위치는 그렇지 못했다. 

샌드위치에 들어간 계란은 텁텁하기 일 수였다. 전혀 후레쉬함 따위는 없었다. 특히 식빵 테두리를 떼지도 않은 샌드위치는 악몽이었다. 나중엔 샌드위치 하나 다 먹기 싫어 옆 동료와 하나씩 나눠 먹은 적도 다수다.


샌드위치를 포기 후 나의 아침은 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빵과 우유가 됐다. 편의점에서 파는 빵의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옥수수 크림빵과 옛날 크림빵을 뚱땡이 바나나우유에 먹었다. 지극히 개인적 견해로 빵과 바나나우유는 최강의 조합중 하나인 것 같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빵의 식감을 바나나우유가 커버해주며 부드러움은 유지시켜준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 견해다. 빵과 우유는 괜찮은 대안 책이었으나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인 연유로 빵과 우유로는 힘쓰기가 참 어려웠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아침에 밥을 먹어야지!”라는 고리타분한 이유를 대며 이후 쌀이 들어간 음식에 입을 대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찾을 수 있는 쌀은 햇반, 삼각김밥, 김밥, 죽 정도였는데 햇반은 반찬이 없어 안됐고, 죽은 무언가 아쉬웠다.

편의점 최고의 제품인 삼각김밥은 내가 아침 먹기 위해 편의점을 방문했을 때는 동이 났을 때가 많았다. 그나마 한두 개 남아있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는 맛이었다. 






삼각김밥의 탑은 참치마요네즈, 소고기 고추장, 전주비빔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인정 못 할 수도 있지만 삼각김밥이 우리나라 편의점에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맛들이다. 그만큼 맛은 인증과 보증을 거친 셈이다. 이것들을 그곳에서 일하는 내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나의 선택도 점차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김밥. 편의점 김밥은 진짜 김밥이다. 김과 밥뿐이다. 아! 물론 단무지는 빠지지 않고 잘 들어있어 김과 밥 그리고 단무지와 먹는 것 같았다. 길에 즐비한 천국에서 파는 김밥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천국에서 파는 김밥은 편의점 김밥에 비하면 이름대로 천상의 맛이다. 더불어 비닐 포장이라 전자레인지에 데워먹기도 어딘가 꺼림직 했고 그냥 먹자니 딱딱한 밥을 넘길 수가 없었다. 그 음식을 먹자니 차라리 굶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편의점 김밥은 그냥 쓰레기 수준이다. 같은 김밥인데 삼각김밥과 어쩜 그리 다른지 묻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고 최악이었다. 음식을 그렇게 만드는 건 죄악이다.


김밥에 충격 받아 더 이상 편의점에 먹지 않았다.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꼭 챙겨 먹었는데 그렇지 못한 나의 동료들은 편의점 음식을 가지고 여러 조합을 시작했다. 조합은 물론 성공도 실패도 있었지만 대부분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다.

한 동료는 굴하지 않고 매일 컵라면을 먹었는데 물론 컵라면 하나만으론 부족했다. 이를 메워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햇반’이었다. 

라면이 익는 동안 햇반을 레인지에 돌리고 라면을 먹은 후 국물에 햇반을 말아먹었는데 김밥 혹은 삼각김밥 라면 조합보다 궁합이 좋았다.


혼자 먹으면 양이 많기에 항상 옆 동료와 같이 나눠먹었는데 이 조합은 맛도 포만감도 상당히 높았다.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라면국물 밥 조합은 못해도 반타작이었다. 나중엔 이 조합도 부족했는지 계란을 하나씩 넣어 먹기 시작했다.

다른 편의점에도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 현장에 있던 편의점은 낱개 계란을 팔았다. 계란하나와 라면을 사 라면 물 부어 익힐 때 같이 계란을 깨 넣어주면 라면 익을 때쯤 계란이 부드럽게 익는다. 생각해보면 시중에 계란라면이 버젓이 왜 이렇게 먹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컵라면과 봉지라면 맛이 다르듯 이 역시 계란라면과는 사뭇 맛이 달랐다. 맛은 물론 계란라면  만큼이나 괜찮았다. 단, 계란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따라하지 않는 것이 좋다.





누군가 “도시락은 왜 안 먹었어?”라고 할 수 있지만 늦는 날엔 삼각김밥도 동나는 곳에서 아침에 도시락 먹기란 겨울에 천도복숭아 구하기였다. 아마도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나름 머리 굴려가며 이렇게 저렇게 먹지 않았을 거다. 세상 모든 거 질려도 밥과 물은 안질릴테니 말이다. 


몇 달이라는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시간에 편의점 먹을 수 있는 온갖 음식을 먹어봤고 이것저것 섞어가며 먹어봤다. 누군가 편의점에서 추천을 원한다면 라면과 햇반, 삼각김밥 조합을 추천하고 싶다. 그나마 가장 끼니답고 간단하다. 매일 먹을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웬만하면 부지런해져 집밥 먹는 게 최고라 말하고 싶다. 세상의 최고의 음식은 어머니의 수와 동일하니까.


written by 선의


'Food'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갱시기는 맛있다  (0) 2012.11.30
두 남자의 커피 비긴즈  (0) 2012.11.24
호빵은 따뜻하다  (0) 2012.11.21
편의점 음식 어디까지 먹어봤니? - 식사편 -  (0) 2012.11.16
커피우유  (0) 2012.10.31
초가을의 커피, 풍경 스케치  (0) 2012.10.09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항해일지 - 적이 있다는 것, 적이 된다는 것.] 


파도가 거세졌다. 배가 꽤 출렁인다. 이제서야 비교적 먼 바다로 나온 것 같다. 우리의 이동경로에 여러 적함대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가급적 밤을 이용해서 항해하는 것이 좋다. 끝도 없이 펼쳐진 검은 바다. 밤하늘에는 호빵만한 하얀 달이 둥그러니 떠 있고, 주위에는 깨알같은 별들이 흩뿌려져 있다. 배를 둘러본다. 아침에 실은 함포가 묵직한 것이 든든해 보인다.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우리도 어느 정도 규모가 커 지면 좀 더 내구성이 강하고 노트가 좋은 갤리온급의 배로 바꿔야 한다. 지금의 배로서는 앞으로의 애로사항들을 헤쳐나아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잡생각이 하나둘 겹친다. 갑판대에 나와 앉아있는데, 저편에서 사샤가 걸어온다. 


"선장, 추워죽겠는데 밖에서 뭐해요?"

"넌 뭐 하고 있냐?"

"난 이것저것 그려보려는데 쉽지 않아서, 그리다 관뒀어요. 술 좀 남은 거 있어요?"


사샤 입에서 포도주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 놈이 배에 있는 술의 족히 반은 먹어치우는 것 같다. 옷 이곳저곳에 온통 물감 투성이에 술 자국 천지다. 배에 있으면서 단 한번도 깨끗한 옷을 입고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그리 씻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더러워보이지 않는다. 냄새도 딱히 나지 않는 것 같고. 눈이 파래서 그런가? 잠시 훑어보고 있자니 더럽게 트림을 연거푸 해댄다. 


"요리사한테 가면 술을 왕창 줄 거야. 저번 전쟁에서 어디 불타고 있는 배에 들어가더니 포도주 스무통 정도 건져서 들고 오는 걸 내 눈으로 봤어."

"그거 다행이군."

"의사는 뭘하고 있지?"

"파도가 심하다고 멀미 중이라 못 움직인데요."

"으휴, 의사가 멀미를 하다니, 병이 나면 간호를 해줘야할 지경이군."

"의사에게 술을 주고 올까요?" 

"사샤."

"왜요?"

"저번 육지 때 머리좀 자르지 그랬어. 영 거지꼴인데?"

"누가 볼 것도 아닌데 뭘 신경써요?"

"그럼 누가 볼 것도 아닌데 그림은 왜 그리지?"

"같은 질문이잖아요. 그럼 선장은 누구 보라고 약탈질 해요?"

"하하, 따는 그렇기도 하군. 넌 그런 도발적인 면이 아주 해적스러워."

"해적보고 해적스럽다고 하는 건 어이가 없군요."

"사샤."

"아, 그렇게 진지하게 부르지 좀 마요. 그냥 어이! 이렇게 부르던가."

"내 맘이다 이 자식아."

"알게 뭐야. 젠장."


투덜투덜대면서도 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옆에 붙어 있는 놈이다. 그건 또 특이한 이 놈만의 성격 중 하나다. 내가 싫지는 않은 모양인데, 말투는 틱틱 내뱉는게 영 재수가 없는 게, 그게 이 놈의 문제다. 뭐 그렇다고 그게 큰 문제는 아니지만. 


"난 왜 해적이 됐을까를 생각해봤어."

"또 어이없는 철학적인 세계로 빠져들었군요. 그래서...답을 냈어요?"

"아니, 돌이켜 봤는데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어."

"그게 답이에요."

"응?"

"왜 태어났냐고 물어보면, 태어났으니까 태어난거지 다른 이유는 없잖아요? 선장은 해적이 됐고, 그 과정에서 뭐 여러가지 일들은 있었겠죠. 자 봐요, 내가 걸치고 있는 앞치마가 참 깨끗하죠?"

"너 만큼 깨끗하다."

"이렇게 이 색 저 색 묻히다 보면,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그리고 있고 마음에 든다 싶으면 그 때부턴 달려들어서  마구 이것저것 더 넣어보기도 하고, 파도가 심하면 잠시 붓을 놨다가도 또 그려대고...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어 있는거라구요. 선장도 그런 식으로 따지면 하나의 그림이죠."

"사샤 니가 더 철학적인 것 같다."
"웃기는 소리. 난 그런거 몰라요. 그냥 물어보니까 술 취한 김에 아무 소리나 지껄이는 거지."


이 놈 말에도 일리는 있다. 내가 왜 육지에 분노하고, 바다를 택해 이렇게 망망대해로 나와 선원들을 이끌고 이곳저곳을 떠도는지, 그 원인을 따지자고 들면 한도 끝도 없을 터. 사샤가 떠들어대는 말은 그냥 아무거나 다 갖다 붙이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어느 한 구석엔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럼 하나 또 물어보지."

"아, 이 양반 술을 안먹어서 그런가 참 질문도 많네."

"그럼 적이란 건 왜 있지? 어느 새부터인가 보이지 않던 적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 같아서."

"어느 새부턴가? 늘 있던 게 아니구?"

"아, 적은 늘 있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제는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눈에 띄게 식별되는 것 같아서."

"여봐요, 선장. 선장!"

"왜?"

"적포도주는 무슨 색깔이죠?"

"옷에 묻은 색깔보니 대충 보라색 아닌가?"

"보라색은 뭔데요?"

"보라색이 뭐냐니?"

"보라색은 파랑과 빨강이 만나서 이루어진 색이라구요. 파랑과 빨강을 섞어쓰면 그림에서 불이 나요."

"불이 난다구?"

"그냥, 내가 즐겨 쓰는 표현이라고 생각해둬요. 상극과 상극이 만나니 그림이 상대적으로 자극적이고 강한 인상을 주게 되죠. 중간에 어떤 색깔들이 끼어들어서 분위기를 희석시켜주지 않으면 안되요. 만약 둘이 만나 부딪히면 보라색이 되는 거구요. 그거 알아요? 보라색은 죽음의 색이라는거?"

"누가 그래?"

"내가 그래요."

"그럴 줄 알았어."

"파랑이 있고, 빨강이 있어요. 파랑이 있으니까 빨강이 있고, 빨강이 있으니까 파랑이 있죠. 둘 보고 왜 있냐 물어보면 할 말은 없는 거에요. 원래부터 있는 거에요 아군 적군은. 수면 위에 적이 올라와서 무서워요?"

"조금 무섭기도 해. 그런데 뭐 별 건 없지."

"좋은 자세군요. 조금 무서워 할 줄도 알아야죠. 그래야 우리도 죽지 않고 살아남지. 근데 너무 심각하게 적에게 곤두세우지 마요. 원래부터 빨강과 파랑은 있었던 거고,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아요."

"시원한 답이군."

"추운데 들어가요. 술이나 먹어요 같이."


초겨울의 밤이 깊고 검게 흘러간다. 출렁출렁대는 배의 움직임이 좋다. 주말에 또 한번의 풍랑이 예고된다. 그 때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충분히 휴식을 취해둬야 한다. 좋은 밤이라고 해두자.  


Written by 선장

Painted by 사샤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선생님에게 드리는 글. 


선생님, 글은 중독인가 봅니다. 


쓰면 쓸수록 힘에 겨우면서도, 논리의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몰아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 신이 나고 재미가 있습니다. 


내가 그 사람을 직접 보지 않아도 그 사람의 글을 통해 그 사람을 만나고, 그 생각을 공유하고, 비판하고, 내 시각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는 이런 것들이 결국 사람과의 진정한 만남이 아닌가, 인문학이 궁극적으로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배가 고파야, 상황이 절실해야 글이 써진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배가 고픈만큼 글에 대한 열정도 고픕니다. 그리고 설사 나중에 배가 불러도 글에 대한 열정이 식히 않기를 기도해봅니다. 


슬램덩크에서 정대만이 감독님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지금의 제 심정입니다. 


Written by 선장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2. 11. 12. 01:03



하루종일 책을 읽었다. 심신이 지쳤다. 너무 많이 먹어서 뇌에 배탈이 난 듯하다. 지근지근한 느낌이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신호로 느껴진다. 내일의 일정도 아마 이로 인해 지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계속 읽어나아가야 한다는 점이 슬프고, 무겁다. 


글을 읽는 것도 그렇지만 쓰는 것도 문제다. 시상이 떠올랐을 때, 지금 당장 머리에서 영상이 후르륵 지나가는 그 때를 바로 포착했을 때 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 때를 놓치면 글을 써도 시들시들하다. 마치 3~4일 물에 넣어둔 꽃을 보는 느낌이랄까. 


이것은 논문, 보고서, 소설, 수필, 잡문 가리지 않고 모두 적용되는 문제다. 글은 어느 정도의 논리 정립의 수순을 밟아야 그 다음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논리 정립의 수순에 앞서 선행되는 것은 감각적 포착의 단계다. 감각적으로 '아, 이렇게 흘러가면 되겠다'라고 하는 전구의 번쩍임, 바로 그것이 필요하다. 번쩍번쩍하기 위해서는 늘 싱싱한 마음과 체력이 뒷받침 되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글쟁이일수록 자기 컨트롤이 절실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글쟁이들이 이것에 실패한다. 그래서 술을 찾는다. 


내려놓고 쓴다고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쉽지 않기에 한편으로의 재미도 느껴진다. 쉬우면 재미가 없다. 약간 모순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이게 글쟁이의 양면성이다. 벌써 한시구나. 오늘 하루도 수고한 거다. 그렇게 위로하고 자야 피곤이 덜 한거다. 우리 모두 수고했다. 밤바다를 보고 싶다.


 Written by 선장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금방 입동이 지났다. 지났다고 표현할 정도로 긴 날도 아니지만 겨울이라고 달력에서 먼저 알려준다. 동결. 겨울은 확실히 모든 것이 멈춘다.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학교도 얼어가는 물 마냥 조심스럽게 흐른다. 회사도 한해 마무리라며 의기투합보단 훈훈한 기운이 돈다.


가을 내 화려하게 수놓았던 나무들의 가지에는 앙상함만 가득해 처량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조금 있으면 하얀 눈꽃이 필 나무가 불쌍하기까지는 않다. 세탁소 들러 여름 내 맡겨 두었던  외투들 찾아오며 다시 느낀다. ‘겨울이 왔구나’하고.

입에서 피어나는 하얀 입김 호호 불며 겨울을 입감한다. 하얀 눈 올 때면 알 수 없는 설렘에 집에 붙어 있을 수가 없다. 기대감도 가득하다. 새 학기 준비하며 새 공책, 새 연필, 새해. 설렘 가득하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아쉬운 게 겨울이다.

한해 마무리한다는 나름 자기합리화적인 변명으로 수만은 술자리에 참여한다.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로 속은 속대로 아파 ‘아, 내년에는 술 좀 줄여야지’라는 부질없는 다짐도 해본다. 속은 아프지만 그래도 빠질 수 없다. 나름 중요한 연내 행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추운 날에도 길가의 허름한 포장마차 오뎅 국물이면 따뜻하다. 옷깃 사이로 스멀스멀 넘어오는 겨울바람도 두툼한 목도리 하나면 따뜻하다. 누군가의 체온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람이 따뜻하다는 건 겨울만이 알려준다. 그러고 보면 오히려 겨울이 꼭 추운 것만은 아니다.


겨울은 살아온 날, 지나온 날의 추억이다. 지나온 날 들에 대해 돌아보고 다시 돌아보고 다짐하고 기대하고. 웃기도 울기도, 힘들던 기억도 한 번에 쏟아 나온다. 무언가 아쉽고, 누군가 그립고… 새 것의 설레임과 지나간 날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공존했다. 매번 나의 겨울은 그래왔다.


올해 겨울도 그리 큰 변화 없이 왔다. 거리 포장마차의 오뎅도 다시 김을 모락모락 내기 시작했고 서랍 속 목도리 꺼내 나름 겨울준비도 했다. 단지, 달라진 거라면 나이가 나이인지라 술자리만큼 늘어난 결혼식에 다니는 것뿐이다. 그렇게 또 내 앞에 찾아왔다.


written by 선의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하철 현장 르포 1. '공'과 '사'의 구분  (0) 2012.12.03
두통의 원인  (0) 2012.11.30
겨울은 살아 온 날에 대한 추억이다  (0) 2012.11.11
대한민국 진상보고서  (0) 2012.11.10
스마트폰, '매의 눈'을 앗아가다  (0) 2012.10.26
사람이 집이다  (0) 2012.10.19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2. 11. 10. 04:23


▲ 대표적 진상인 정여사. 개까지 끌고와 진짜 진상을 부린다.



진상(眞想) : 사물이나 현상의 거짓 없는 모습이나 내용.

진상(進上) : 진귀한 물품이나 지방의 토산물 따위를 임금이나 고관 따위에게 바침.

 

진상하면 무엇이 가장 떠오르나? “사건의 진상을 밝혔다의 진상? “이 음식은 임금에게 진상을 올릴 것이다의 진상? 난 개인적으로 오늘 완전 개 진상 손님 왔었어의 진상이 생각난다. 뭐 위의 두 진상도 맞지만 역시 술자리 씹을 만한 안주로는 후자의 진상이 딱 아니겠나?


우리나라의 진상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보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진상은 서비스업에 많이 발생한다.

나는 대학시절 졸업을 할 때까지 커피숍에서 알바를 했는데 유독 이곳은 아줌마 진상들이 많았다. 뭐 아줌마를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아줌마 진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아줌마들의 진상짓의 가장 비슷한 점은 우기기다.

알바생이 힘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진상은 알바생에게 이건 이런데 왜이래요? 바꿔주세요. 이것 해주세요. 저것 해주세요. 그럼 알바생은 고작 시간당 몇 천원 벌자고 그 바닥에 바짝 엎드려 손님 죄송한데 이렇게는 안됩니다며 굽신굽신 한다.


생각해보면 자기네 아들딸과 비슷하거나 어릴지도 모르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진상 없는 진상을 다 피운다. 그러면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알바생에게 사장 어딨어? 사장 오라고 해라며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그럼 알바생에게 드는 생각은 단 하나다. ‘좆같아서 못해먹겠네그래도 등록금은 못해도 용돈 벌이라도 하겠다는 생각에 참고 또 참는다.

보면서 어른들은 말한다. “다 그러면서 사회도 배우며 어른도 되는 거야라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작 자기 자식들 손끝에는 물 한 방울 안 묻게 키우며 남의 자식 노예 다루 듯 그건 아니지 않나? 정치인 마냥 지 자식 군대안간 건 생각도 않고 남의 자식 군대 안간 것만 따지고 드는 꼴처럼.


최근에 있던 일이다. 친구 녀석이 시내에 술집을 하나 냈다. 엄청 크지도 휘황찬란하지도 않지만 친구 녀석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술집이었다. 일손이 부족하다 해 잠시 일손을 빌려 준적이 있는데 술집인 만큼 온갖 진상도 많았다.

한번은 안주로 나갔던 찌개냄비가 다시 조리실로 들어왔다. “손님이 국물 좀 리필해달라고 하셔서요다시 조리실에 들어온 냄비만 보면 다 먹고 설거지 통으로 갔어야 했다. 건더기 고작 두부 조각 몇 개, 뻘건 찌개 국물은 없어 바닥 드러낸 냄비는 고운 노란색을 띄었다. 쉽게, 다 먹은 상태다.


, 여기서 리필의 개념의 살펴봐야 하는 건가? “국물이 조금 짠 것 같아요. 육수를 좀 더 주실 수 있으세요?”아니면 다 졸아 말라붙은 건더기 살리려 국물이 다 졸아서 육수를 조금만 더 주세요.” 이게 리필이다. 지금 경우는 닭 집 가 뼈 내밀며 살 좀 더 주세요랑 뭐가 다른가? 대한민국 인심 다 죽었다며 정 타령할지 모르겠지만 다 먹은 냄비를 내밀며 리필이라는 단어 걸치면 매너인줄 알았나보다.


이건 수만은 진상짓 중 지극히 얌전한 예였다. 다 먹어 놓고 비싸다며 주정부리며 어르신. 쓸데없는 질문으로 알바 잡아 놓고 온갖 비아냥은 다 퍼 붙는 사람. 이래라 저래라 종 다루듯 반말 찍찍 내뱉는 사람. 말하자면 사흘 밤낮을 지새도 모자랄 거다. 대한민국에서 먹고 사는 거 힘든 줄 알았지만 더럽고 치사하기까지 하니 느는 건 담배요 한숨뿐이다.


written by 선의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통의 원인  (0) 2012.11.30
겨울은 살아 온 날에 대한 추억이다  (0) 2012.11.11
대한민국 진상보고서  (0) 2012.11.10
스마트폰, '매의 눈'을 앗아가다  (0) 2012.10.26
사람이 집이다  (0) 2012.10.19
엄마, 딸, 손녀 그리고 헌 신  (0) 2012.10.15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패밀리


여유롭지 않은 살림에 철없는 투정으로 엄마는 시내 게임점에서 게임기를 사주셨는데 그것이 나의 첫 게임기였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엄마가 사주신 첫 게임기는 패밀리라는 8비트게임기였다. 정식으론 ‘Family Computer(FC)’로 패미콤이라 불렸는데 대부분 패밀리라고 불렀다. 


당시 기억으로는 게임기만 5만원정도를 주고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의 5만원과 당시의 5만원은 가치는 상당히 달랐다. 오락실 게임 한판에 50원, 100원했고, 친구와 나눠먹는 재미가 있던 ‘쌍쌍바’는 200원이었으며, 아빠 자동차 기름값으로 5천원, 만원을 가지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지금 따지면 그 5만원은 20만원이나 30만원의 가치였던 것 같다. 아무튼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 철없이 투정부려 엄마를 힘들게 했는지 창피할 따름이다. 그래도 당시 나는 그런 것보다 게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고 기뻤을 뿐이다.


게임기를 가졌다고 해도 나의 게임 생활은 여유롭지 못했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소위 말하는 단칸방이었는데 방 하나에 부엌이 딸린 그런 집이었다. 식구가 많지 않았던 터라 사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단지, TV가 하나였기에 항상 아빠의 뉴스 시청으로 인해 만화를 보는 건 꿈도 못 꿨다.

잠깐 방영하는 만화도 못 보는 상황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이 없었다. 나에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빠르게 학교를 다녀와 아빠가 퇴근하기 전까지였다. 아니면 아빠가 주무실 때 하는 수밖엔 없었는데 그것도 시끄럽다며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집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 게임기를 들고 비어있는 친구네 집을 전전하기일수였다. 나름 상호 절충이요 상부상조를 실천한 셈이었다.


한번은 게임은 하고 싶은데 친구네 집도, 우리 집도 여의치 않았다. 그냥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 게임을 열망했던 우리에게 포기는 있을 수 없었다. 아마 당시 열정을 우리 엄마가 봤다면 “그렇게 공부를 해봐라. 서울대를 가겠다.”고 하셨을 거다. 아무튼 그 열망과 열정에서 나온 것이 친구네 공장 잠입이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공장을 운영하셨는데 그곳에는 잠을 잘 수 있는 작은 방이 하나가 있었는데 물론 그 안에는 TV도 있었다. 우리는 그 TV를 노렸고, 더불어 늦은 시간이라 모두 퇴근하고 없을 것도 확실했으며 누구의 간섭도 없을 것이 당연했다. 단지, 고작 초등학생이었던 우리가 담을 넘기에는 담이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직접적으로 공장의 담을 넘을 수는 없었지만 공장 옆 건물옥상을 통해 넘어넘어 가는 것은 가능해 보였다. 게임기를 넣은 가방은 둘레매고, 일단 옆 건물의 담부터 넘어 옥상으로 올라 공장의 옥상으로 넘어들어 갔다. 떨어지면 다리하나 당연 부러질 것 같은 높이었지만 어린나이 철없음의 용기를 누가 말리겠는가. 다행히 지금까지 내 다리에 깁스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잠입의 성공은 방해 없는 곳에서 둘 만의 게임세계가 열렸고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원없이 게임을 즐겼다. 이후 친구 부모님이나 우리 부모님이나 이 사실을 알면 부러지지 않은 내 다리를 부러트렸을 것이기에 다시 공장의 담을 넘은 적은 없었다. 


게임기가 없던 아이들의 최고의 바람은 게임기요 게임기를 가진 아이들 최고의 바람은 게임할 수 있는 TV와 내 방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매번 무엇 하나 부족했던 시절이라 게임기 하나만으로도 난 감사했다.



written by 선의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초저녁. 머리 큰 사내 넷이 오랜만에 대포집에 눌러 앉았다. 모듬전 하나에 놓고 막걸리 몇 잔 돌자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사는 이야기, 결혼, 직장 이야기 등. 그 중 네 명의 남자를 집중 시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바로 불후의 명작인 드래곤볼이었다. 일게 만화책 이야기라 할지 모르지만 드래곤볼은 전설이었고 드래곤볼 없는 어린 시절은 생각하기도 싫다. 어린 시절 이야기였던 것 때문인지 네 남자의 이야기는 사뭇 진지했는데 이유인 즉, 드래곤볼의 등장인물인 크리링 때문이었다.


이 : 드래곤볼 보면 항상 손오공만 쌔서 나는 사실 베지터가 더 좋았어. 특히 마인부우랑 싸우다 자살하잖아. 그때 트랭크스를 안아줄 때 좀 멋졌지.


최 : 확실히 츤데레한 남자였지. 손오공이 쌔서 그러지. 그 뭐야 필살기 있자나. 지구 날리는 기술.


김 : 파이널 플래시!


최 : 맞아! 파이널 플래시. 그거 쓸 때 지구 날라 갈까봐 온 힘을 다하지 않잖아. 그게 멋있는 거야.


임 : 그러보면 드래곤볼은 지구인들은 다 약하고 외계인이 쌔. 보면 손오공도 베지터도 다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이야. 크리링은 지구인인데 약하잖아.


최 : 야! 너 크리링 무시하냐?!


이 : 맞아! 그래도 크리링이 지구인 중엔 최강이다.


임 : 아니야. 걔 있잖아. 누구야 눈 세 개 달린 애. 걔가 더 쌔지 않아?


김 : 천진반. 눈 세 개 달린 애.


임 : 왜 그 기술 있잖아. 손 모아서 쓰는 거.


이 : 기공포.


임 : 그래. 기공포. 그거 짱 쌔잖아.


최 : 크리링에겐 그 뭐냐(손바닥을 하늘로 보이며) 그 기술 있잖아. 그거.


이 : 기원참!


최 : 그래!! 기원참. 그걸로 옛날에 쿠우라 아들 걔 누구야. 프리져. 걔 꼬리 자르는 거 너 모르냐? 나메크 별에서 싸울 때 크리링이 기원참 두 개 만들어서 던져서 프리져 꼬리 자르잖아. 천진반은 뭐한 게 없잖아!


이 : 천진반은 셀한테 기공포 쏘다 죽지. 죽으면 아무 소용없어 살아야되. 그래야 의미가 있는 거니깐.


임 : 천진반은 태양권도 있어!


이 : 야! 그건 크리링도 써. 크리링은 내용상 항상 손오공과 함께하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한 녀석이야. 죽기도 오지게 죽고 말이야. 아마 살아난 횟수로 따지면 크리링이 젤 많을걸? 아마 지구인이 아니고 사이어인이었으면 최강이었을 거야. 부활만 여러 번 했으니깐.


최 : 손오공 초사이어인 만들어준 것도 크리링이다. 프리져가 크리링 죽여서 그거 보고 손오공이 빡쳐서 초사이어인 된 거 아냐. 아무튼 크리링 무시하면 안 된다.


김 : 크리링은 보면 진짜 만화 초반부터 나오긴 해. 무천도사랑 손오공이 수행할 때 같이 하잖아. 거의 나오는 등급은 주조연급이야.


이 : 맞아. 그리고 크리링은 코도 없다.


최 : 그거랑 코 없는 거랑 뭔 상관이야! 


이 : 아, 뭐 그렇다고. 아무튼 셀 잡고 나중에 천하제일 무도회에서 야무치가 그러자너. 크리링은 지구인에서는 최강이라고. 그래서 크리링이 최강이지.


최 : 야무치는 역시 낭아풍풍권이지!(나름 비슷하게 모양을 취하면서)


이 : 크리링은 나중에 18호랑 결혼도 하잖아. 내가볼 땐 드래곤볼에서 18호가 가장 예쁜데. 근데 크리링이 꼬셨어! 인생의 승리자는 역시 크리링이야! 난 아직 애인도 없는데 말이야. 


최 : 넌 크리링보다 못한 새끼라서 그래. 그리고 천진반은 결혼 못하고 계속 수행하더라. 인생으로나 무술로나 크리링이 한 수 위야. 아무튼 크리링은 프리져의 꼬리를 잘랐기 때문에 지구인중 최강이라고! 




처음 시켰던 막걸리가 동나고 다시 한 병을 더 시켰을 때 네 남자의 진지한 드래곤볼에 대한 토론은 끝이 났다.

아, 결론은 프리져의 꼬리를 자른 크리링이 ‘지구 최강의 사나이다’로 났다. 뭐,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네 남자들에게는 크리링이 지구 최강의 사나이였다.


written by 선의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5.08.15 05:46

    음 그래 그렇구나~

  2. 2016.01.20 20:55

    아쉽게도 지구최강은 우부에요.. 그래도 크리링이 더 상징적이죠..

 

   앞에서 이어짐 -  [비싸니깐 집이다] - 기묘한 동거 0. 막힌 변기로 발각돼

 

 

 

  기묘한 동거 1. 베개에서 타인의 향기를 느끼다 

 

 

 

  자신의 베개에서 타인의 향기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는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늦은 오후, 집안일에 지친 어머니는 걸레질을 하다 아들녀석 침대에서 깜빡 잠이 든다. 잠시 후 집에 돌아온 아들은 뛰어든 침대에서 타인의 향기를 느낀다. 파마약 냄새가 뒤섞인 아련한 향기. 범인을 알아차린 매정한 탐정은 벌떡 일어서며 소리친다. ‘엄마, 왜 내 침대에서 잤어?’ 발뺌을 해도 소용이 없다. 향기가 명백한 증거다.

 

 

  베개에서 낯선 향기를 맡았다.

 

 

  에로틱한 표현이다. 강남의 한 모텔에서 청담동의 아파트까지 가는 동안 줄곧 자신의 여성편력을 과시하던 지난밤의 사장님이 이 말을 들었다면, ‘자네 부인이 남자를 아주 집까지 들였구만이라고 했을지 모를 일이다. 차라리 그런 일이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칙칙하고 냄새나는 아파트에 나 아닌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들어왔던 적이 언제였지? 올겨울 막힌 변기를 고치러 온 수리공이 마지막 손님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내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수리공이 침대에 누웠고, (왜?) 냄새는 열 달동안 잠복해있다가 (어떻게?) 기온이 내려감과 동시에 분출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오늘 하루를 더듬어 봤다. 평소와 다름 없는 하루다. 어김없이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고 집을 나섰다. 이른 저녁부터 술에 취한 사람을 무사히 귀가시키며 가정의 평화를 도왔다. 새벽 세시부터는 동네사람의 건강을 위해 신선한 우유를 각 가정에 배달했다. 대리운전과 우유배달을 마치고 상가 편의점에서 불고기도시락을 사는 것도 있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불고기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230초를 데워서 먹었다. 아침밥인지 저녁밥인지 모를 밥을 먹고 나서 편의점 알바생의 불친절을 불평하며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특이한 점은 없었다. 아니, 지긋지긋할 정도로 똑같은 패턴이다. 다른 점이 있기는 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을 상실하고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 유일한 자랑거리였다. 오늘은 꿈을 꾸었다. 단지 꿈을 꾼 것이 이상하다면 이상하다. 

 

 

  현관문 도어락의 잠금을 해제하고 집에 들어서면 상가 편의점 알바생이 나를 맞는다. 그것도 허리를 숙이고 어서 오세요라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입이 , 다녀왔어라는 말을 읊조린다. ‘전자레인지는 안쪽에 있습니다 그녀를 스쳐지나갈 때 어딘가에서 희미한 향이 풍긴다.

 

 

  이때 잠에서 깨어났다. 처음에는 아직 꿈속인줄 알았다. 여전히 코끝으로 꿈속의 향이 스며들고 있었다. , , 겨드랑이 순으로 코를 들이밀었다. 몸에서 나는 것이 아니다. 꿈에서 깬 것인지, 냄새에 익숙해진 것인지 희미한 향기는 더 이상 나지 않았다. 꿈이 정말 리얼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꿈이나 다시 꾸자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 순간이었다. 범인은 잡았다. 밀려오던 잠이 저멀리 달아났다.

 

 

  코를 베개에 들이대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집안 가득해서 특별할 것이 없는 홀아비냄새와 담배냄새 사이로 달큰한 향이 풍겨온다. 비누, 샴푸, 스킨, 로션, 방향제, 세제......아니다. 지금까지 이 집에 살면서 맡아본 적이 없는 향기다. 내 냄새는 아니다. 나는 아니다.

 

 

  이곳에 나아닌 다른 누군가의 냄새가 존재한다.

 

 

 

to be continued~~

 

 

Written by 요리사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2. 10. 31. 03:30




어릴 적 내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딱 두 가지가 있었다. 육회 같은 생고기류가 하나였고 또 하나는 바로 커피였다. 어머니는 유독 이 두 가지 음식을 못 먹게 했었는데 생고기야 면역 약한 아이들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 치고 커피는 왜 그랬나 모르겠다.

항상 어머니의 말로는 커피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아니란다.”라고 어린 나를 설득하고는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린 녀석이 커피를 마시고 잠을 못 잘까봐 걱정하셨던 것 같다. 뭐 카페인이 몸에 좋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더불어 지금과 다르게 인스턴트 커피 밖에 없던 시절, 절대로 인스턴트는 입에 못 대게 하셨던 어머니 의지의 한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1 때 맞췄던 교복도 작아질 만큼 시간이 지났을 때 무렵 같은 반 친구 녀석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봤다. 지금 생각하면 쓰기 밖에 안했던 커피를 뭐 맛있다고 그 아이는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내 기분은 흡사 선생님 몰래 담배를 피는 거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어릴 적부터 커피는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라고 인식이 박혀 있어서 그랬던 거 같은데 한번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유혹을 잘도 이겨내고 먹지 않았다. , 그렇다고 내가 동글 안경에 바른생활만 하는 답답한 학생은 아녔는데 아마도 고등학생 때 하지 말아야할 흡연을 하면서 커피까지는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커피보다 안 좋은 것이 흡연인데 말이다.


그 와중 나에게 커피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했던 것이 커피우유였다. 자기합리화이자 절충안이었는데 커피우유는 우유라는 이유만으로 내 자신에게 용서를 구했던 거 같다. 그래도 당시엔 커피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커피우유를 참 좋아했던 거 같다. 나름 어른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커피도 아니고 우유도 아닌 것을 가지고 말이다.

시간 지나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일하는 도중, 누구를 만달 때 시도 때도 없이 커피를 마시는 나이가 됐을 때 나에게 커피우유는 그냥 이도저도 아닌 음료가 돼 버렸다. 그 후로 나는 한동안 커피우유를 마신 적이 없다.

누군가 나에게 왜 커피우유를 안마시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커피우유는 이도저도 아닌 거 같아요. 어차피 라떼 한잔 시키면 우유가 들어가는데 커피우유는 뭔지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라떼가 아니고서야 커피우유는 백날 먹어도 커피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커피도 잘 먹지 않는 지금에서 종종 커피우유를 먹자면 생각보다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쓰지도 않고, 달달하고, 속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주구장창 먹어댔던 믹스커피나 아메리카노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어린애 입맛일진 모르지만 말이다.


보면 옛날 보다 종류도 많다. 비닐 팩에 빨대 잘못 꽂아 질질 흐르던 커피우유밖에 없던 때 와 다르게 종류도, 크기도, 맛도 많이 생겨났다. 편의점 유제품 코너에 가선 커피 전문점처럼 무엇을 먹을까?’하고 고민도 한다.

어릴 적 아빠의 구두를 신기 위해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랐던 것처럼, 나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빨리 어른이 됐으면 했다. 정작 어른이 됐을 땐 자리 때문에 먹는 커피가 뭐 좋다고 그리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의 호기심 때문이었겠지만 커피우유가 아닌 진짜 커피를 먹을 나이가 빨리 왔으면 하고 바랬다. 그 시절이 소중한지도 모르고 말이다.


내일이 되면 커피 대신 커피우유 하나를 먹을 생각이다. 커피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것이긴 하지만 쓴 소리만 가득한 세상, 달달한 커피우유로 한번 달래보려고 말이다.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것이 나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written by 선의


'Food'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갱시기는 맛있다  (0) 2012.11.30
두 남자의 커피 비긴즈  (0) 2012.11.24
호빵은 따뜻하다  (0) 2012.11.21
편의점 음식 어디까지 먹어봤니? - 식사편 -  (0) 2012.11.16
커피우유  (0) 2012.10.31
초가을의 커피, 풍경 스케치  (0) 2012.10.09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