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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음식 어디까지 먹어봤니? - 식사편 - 잠시 새벽일을 한 적이 있다. 새벽일이라면 짐작하겠지만 공사현장에 나가는 거였다. 5시 일어나 차로 부지런히 달리면 7시쯤 현장에 도착한다. 새벽에 일어나본 이라면 알겠지만 씻을 시간도 부족한 아침이다. 매번 대충 국에 밥 말아 마시듯 먹거나 운 좋게 컨디션 좋아 일찍 일어난 날이면 그나마 밥상 구색 차려 한술 뜨는 게 전부다. 나중엔 체력 딸려 잘 일어나지 못하는 날이 허다해 빈속으로 나가는 게 일수였다. 그래도 나는 부지런한 어머니 덕에 그나마도 잘 챙겨먹은 경우였다. 함께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아침을 거르고 출근했다. 전부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현장엔 아침 해결할 함바집도 있었지만 상태가 군대 짬밥보다 못했다. 그러다 보니 조회 후 식사 대부분은 편의점에서 해결했다.편의점에서 파는 음식들은 생.. 더보기
적이 있다는 것, 적이 된다는 것 [항해일지 - 적이 있다는 것, 적이 된다는 것.] 파도가 거세졌다. 배가 꽤 출렁인다. 이제서야 비교적 먼 바다로 나온 것 같다. 우리의 이동경로에 여러 적함대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가급적 밤을 이용해서 항해하는 것이 좋다. 끝도 없이 펼쳐진 검은 바다. 밤하늘에는 호빵만한 하얀 달이 둥그러니 떠 있고, 주위에는 깨알같은 별들이 흩뿌려져 있다. 배를 둘러본다. 아침에 실은 함포가 묵직한 것이 든든해 보인다.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우리도 어느 정도 규모가 커 지면 좀 더 내구성이 강하고 노트가 좋은 갤리온급의 배로 바꿔야 한다. 지금의 배로서는 앞으로의 애로사항들을 헤쳐나아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잡생각이 하나둘 겹친다. 갑판대에 나와 앉.. 더보기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선생님에게 드리는 글. 선생님, 글은 중독인가 봅니다. 쓰면 쓸수록 힘에 겨우면서도, 논리의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몰아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 신이 나고 재미가 있습니다. 내가 그 사람을 직접 보지 않아도 그 사람의 글을 통해 그 사람을 만나고, 그 생각을 공유하고, 비판하고, 내 시각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는 이런 것들이 결국 사람과의 진정한 만남이 아닌가, 인문학이 궁극적으로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배가 고파야, 상황이 절실해야 글이 써진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배가 고픈만큼 글에 대한 열정도 고픕니다. 그리고 설사 나중에 배가 불러도 글에 대한 열정이 식히 않기를 기도해봅니다. 슬램덩크에서 정대만이 감독님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선생님,.. 더보기
글도 음식과 같다 하루종일 책을 읽었다. 심신이 지쳤다. 너무 많이 먹어서 뇌에 배탈이 난 듯하다. 지근지근한 느낌이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신호로 느껴진다. 내일의 일정도 아마 이로 인해 지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계속 읽어나아가야 한다는 점이 슬프고, 무겁다. 글을 읽는 것도 그렇지만 쓰는 것도 문제다. 시상이 떠올랐을 때, 지금 당장 머리에서 영상이 후르륵 지나가는 그 때를 바로 포착했을 때 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 때를 놓치면 글을 써도 시들시들하다. 마치 3~4일 물에 넣어둔 꽃을 보는 느낌이랄까. 이것은 논문, 보고서, 소설, 수필, 잡문 가리지 않고 모두 적용되는 문제다. 글은 어느 정도의 논리 정립의 수순을 밟아야 그 다음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논리 정립의 수순에 앞서 선행되는 .. 더보기
겨울은 살아 온 날에 대한 추억이다 금방 입동이 지났다. 지났다고 표현할 정도로 긴 날도 아니지만 겨울이라고 달력에서 먼저 알려준다. 동결. 겨울은 확실히 모든 것이 멈춘다.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학교도 얼어가는 물 마냥 조심스럽게 흐른다. 회사도 한해 마무리라며 의기투합보단 훈훈한 기운이 돈다. 가을 내 화려하게 수놓았던 나무들의 가지에는 앙상함만 가득해 처량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조금 있으면 하얀 눈꽃이 필 나무가 불쌍하기까지는 않다. 세탁소 들러 여름 내 맡겨 두었던 외투들 찾아오며 다시 느낀다. ‘겨울이 왔구나’하고.입에서 피어나는 하얀 입김 호호 불며 겨울을 입감한다. 하얀 눈 올 때면 알 수 없는 설렘에 집에 붙어 있을 수가 없다. 기대감도 가득하다. 새 학기 준비하며 새 공책, 새 연필, 새해. 설렘 가득하지만 그래도 돌아보.. 더보기
대한민국 진상보고서 ▲ 대표적 진상인 정여사. 개까지 끌고와 진짜 진상을 부린다. 진상(眞想) : 사물이나 현상의 거짓 없는 모습이나 내용. 진상(進上) : 진귀한 물품이나 지방의 토산물 따위를 임금이나 고관 따위에게 바침. 진상하면 무엇이 가장 떠오르나? “사건의 진상을 밝혔다”의 진상? “이 음식은 임금에게 진상을 올릴 것이다”의 진상? 난 개인적으로 “오늘 완전 개 진상 손님 왔었어”의 진상이 생각난다. 뭐 위의 두 진상도 맞지만 역시 술자리 씹을 만한 안주로는 후자의 진상이 딱 아니겠나? 우리나라의 진상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보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진상은 서비스업에 많이 발생한다. 나는 대학시절 졸업을 할 때까지 커피숍에서 알바를 했는데 유독 이곳은 아줌마 진상들이 많았다. 뭐 아줌마를 비하할 .. 더보기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새턴#5] 패밀리 패밀리 여유롭지 않은 살림에 철없는 투정으로 엄마는 시내 게임점에서 게임기를 사주셨는데 그것이 나의 첫 게임기였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엄마가 사주신 첫 게임기는 패밀리라는 8비트게임기였다. 정식으론 ‘Family Computer(FC)’로 패미콤이라 불렸는데 대부분 패밀리라고 불렀다. 당시 기억으로는 게임기만 5만원정도를 주고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의 5만원과 당시의 5만원은 가치는 상당히 달랐다. 오락실 게임 한판에 50원, 100원했고, 친구와 나눠먹는 재미가 있던 ‘쌍쌍바’는 200원이었으며, 아빠 자동차 기름값으로 5천원, 만원을 가지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지금 따지면 그 5만원은 20만원이나 30만원의 가치였던 것 같다. 아무튼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 철없이 투정부려 엄마를 힘들게 했는.. 더보기
크리링은 지구 최강 사나이다 초저녁. 머리 큰 사내 넷이 오랜만에 대포집에 눌러 앉았다. 모듬전 하나에 놓고 막걸리 몇 잔 돌자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사는 이야기, 결혼, 직장 이야기 등. 그 중 네 명의 남자를 집중 시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바로 불후의 명작인 드래곤볼이었다. 일게 만화책 이야기라 할지 모르지만 드래곤볼은 전설이었고 드래곤볼 없는 어린 시절은 생각하기도 싫다. 어린 시절 이야기였던 것 때문인지 네 남자의 이야기는 사뭇 진지했는데 이유인 즉, 드래곤볼의 등장인물인 크리링 때문이었다. 이 : 드래곤볼 보면 항상 손오공만 쌔서 나는 사실 베지터가 더 좋았어. 특히 마인부우랑 싸우다 자살하잖아. 그때 트랭크스를 안아줄 때 좀 멋졌지. 최 : 확실히 츤데레한 남자였지. 손오공이 쌔서 그러지. 그 뭐야 필살기 .. 더보기
기묘한 동거 1. 베개에서 타인의 향기를 느끼다 앞에서 이어짐 - [비싸니깐 집이다] - 기묘한 동거 0. 막힌 변기로 발각돼 기묘한 동거 1. 베개에서 타인의 향기를 느끼다 자신의 베개에서 타인의 향기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는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늦은 오후, 집안일에 지친 어머니는 걸레질을 하다 아들녀석 침대에서 깜빡 잠이 든다. 잠시 후 집에 돌아온 아들은 뛰어든 침대에서 타인의 향기를 느낀다. 파마약 냄새가 뒤섞인 아련한 향기. 범인을 알아차린 매정한 탐정은 벌떡 일어서며 소리친다. ‘엄마, 왜 내 침대에서 잤어?’ 발뺌을 해도 소용이 없다. 향기가 명백한 증거다. 베개에서 낯선 향기를 맡았다. 에로틱한 표현이다. 강남의 한 모텔에서 청담동의 아파트까지 가는 동안 줄곧 자신의 여성편력을 과시하던 지난밤의 사장님이 이 .. 더보기
커피우유 어릴 적 내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딱 두 가지가 있었다. 육회 같은 생고기류가 하나였고 또 하나는 바로 커피였다. 어머니는 유독 이 두 가지 음식을 못 먹게 했었는데 생고기야 면역 약한 아이들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 치고 커피는 왜 그랬나 모르겠다. 항상 어머니의 말로는 “커피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아니란다.”라고 어린 나를 설득하고는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린 녀석이 커피를 마시고 잠을 못 잘까봐 걱정하셨던 것 같다. 뭐 카페인이 몸에 좋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더불어 지금과 다르게 인스턴트 커피 밖에 없던 시절, 절대로 인스턴트는 입에 못 대게 하셨던 어머니 의지의 한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고1 때 맞췄던 교복도 작아질 만큼 시간이 지났을 때 무렵 같은 반 친구 녀석이 커피를 마시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