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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0 등교 준비
2013.01.10 17:31

내 등교의 시작은 책가방 챙기기로 시작됐다. 전날 자기 전에 챙겨 놓으면 편한 것을 부지런하지 못한 성격에 맨날 아침에 부랴부랴 싸기 바빴다. 물론 이것도 오전반 일 경우에만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우리학교는 학교건물은 크지 않은데 학생은 많아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서 학교에 갔다. 오전반은 말 그대로 오전에 학교에 가서 오후에 끝나는 반이었고 오후반은 12시쯤 등교해서 5시쯤 끝났다. 이게 한 주마다 바뀌고는 했다. 


둘 다 장단점은 있었다. 오전반은 아침잠 많은 나에게는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거기에 책가방 챙기다 보면 항상 시간이 빠듯해진다. 그래도 좋은 건 무엇보다 일찍 끝나서 애들하고 맘대로 놀 수 있다는 거였다. 오후반은 늦게 학교를 가니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오후반은 오전반 애들 놀고 있을 때 학교를 가야하니 정말 가기 싫었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건지 매번 오전반이면 오후반 애들이 부러웠고 오후반이면 놀다가 학교가야 하게 너무 싫었다. 조삼모사가 따로 없었다.


한번은 오후반이라 일찍 일어나(이상하게 오후반엔 아침에 잘 일어난다) 우리 동네의 아이들의 성지인 88오락실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나름 게임 좀 하는 녀석이었던 나는 ‘슈퍼 마리오3’에 빠져서 시간가는 줄도 모른 체 하고 있었다. 근데 빠져도 너무 빠져 학교 갈 시간인데도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뒷목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뒤 돌아보니 양손을 팔짱을 낀 체 어머니가 눈을 얇게 뜨시고는 날 내려다보고 계셨다. 속으로 ‘이젠 난 죽었다’를 남발하는 동시에 그대로 집에 끌려가 죽도록 혼났다. 물론 그 덕에 학교는 늦지 않고 잘 갔다.


나의 책가방은 인기 절정의 가방인 ‘2020 원더키디’ 가방이었다. 파란색 배경에 주인공인 ‘아이캔’이 멋진 총을 들고 있었고, 미모(?)의 여주인공인 ‘예나’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가방을 보고만 있어도 절로 학교에 가고 싶어졌다. 가방과 함께 나의 마음을 항상 흐뭇하게 해줬던 것이 또 있었는데 바로 3단 변신 필통이었다. 


이 3단 변신 필통으로 말하자면 일단 필통 외부에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는 했는데 ‘탁’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돋보기가 튀어나왔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멋진 모습을 갖춘 연필들이 미사일 발사대에 거치된 것처럼 파바박 튀어나오곤 했다. 이 필통이 있으면 연필이 부러져도 상관없었다. 나의 자랑이었던 3단변신 필통은 오른쪽 끝 버튼을 누르면 연필 깎기가 ‘팍’하고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모든 버튼을 눌러 모든 기능을 활성화(?) 했을 때의 모습은 흡사 대서양에 당당히 서있는 항공모함 같았다. 최고였다.


근데 생각해보면 3단 변신 필통의 연필 깎기는 사용한 적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는 멋진 ‘샤파’연필 깎기가 있어서 연필을 꽂고 몇 바퀴 휘휘 돌리면 아주 뾰족하게 연필이 깎였기 때문이다. 이 역시 나의 자랑이었다. 

샤파 연필 깎기는 연필이 작으면 고정이 되지 않아서 잘 안 깎였는데 이럴 땐 모나미 볼펜 펜대를 분리해 라이터 불로 살짝 달군 후 몽당연필 뒤에 꽂아 넣으면 새 연필 마냥 길어졌다. 이것이 엄마표 연필깍지였다. 연필깍지 연결 후 연필 깎기에 넣고 고정 후 다시 깎으면 기가 막히게 잘 깎였다. 엄마표 연필깍지는 나중에 빼서 다른 연필에도 끼워 넣을 수 있어서 참 편리했다.


이렇게 그날 공부할 바른 생활, 산수, 말하기 듣기, 쓰기 책을 잘 챙기고, 이에 맞는 공책을 책가방에 잘 넣으면 학교 갈 준비는 끝이었다. 아, 물론 꼭 필통은 챙겨야 한다. 필통 놓고 가면 짝꿍이 못된 아이면 연필을 잘 안 빌려주기 때문이다.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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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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