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집 건너 볼 수 있는 것이 커피숍이자 카페다. 작은 동네인 우리 동네도 벌써 들어선 카페만 해도 4개나 된다. 언제부턴가 확실히 우리 생활 한자리 잡고 있는 것이 커피가 됐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커피라는 음료가 갑자기 우리나라에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집 찬장 같은 곳을 보면 병에 담겨있는 인스턴트커피가 있었고, 그 옆에는 항상 ‘프리마’가 함께 있었다. 티스푼으로 커피를 몇 숟갈 담고 프림을 넣고, 설탕도 넣어 물을 부어 마셨다. 프림은 우유 대신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가끔 프림만 물에 타 먹어도 고소하니 맛이 좋았다.



인스턴트커피는 오래전부터 가정집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예전 드라마를 보면 조금 있는 집에서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영상을 보면 갈색의 인스턴트커피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커피잔’에 마셨지 원두커피처럼 ‘머그잔’에 먹는 모습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 세상의 편리함도 인스턴트커피에 적용이 됐는데 그게 바로 ‘믹스커피’의 등장이었다. 믹스커피는 말 그대로 커피, 프림, 설탕이 믹스되어 있는 제품인데 윗부분을 살짝 뜯어 컵에 넣고 물을 넣으면 한번 저어주면 커피가 완성됐다. 인스턴트커피가 또 한 번의 가공을 통해 ‘믹스커피’라는 커피의 종류가 탄생한 것이다. 


믹스커피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많은 것이 변했다. 우선 다방의 쇠퇴다. 예전에 복덕방이라고 불리던 부동산을 보면 동네의 어르신들이 모여 장기나 바둑, 혹은 고스톱을 치시면 꼭 다방에서 커피를 배달시켰다. 그럼 다방에서는 끓인 물과 커피, 프림, 설탕을 보자기에 잘 싸서 배달을 왔다. “오빠! 오빠는 프림 몇 개?”라는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커피취향에 맞춰 그 자리에서 커피를 탔다. 소위 말하는 ‘다방커피’였다. 사실 복덕방에서 직접 인스턴트를 타도 맛은 똑같겠지만 사실 남자들에게 그것도 귀찮은 짓일 뿐이라 대게 시켜 마셨다. 아님 다른 목적(?)이 있었을 지도.



‘다방커피’라는 말은 나중에도 많이 쓰였다. “커피 어떻게 드릴까요?” “난 다방커피로 부탁해” 다방에서 커피를 시켜달라는 의미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뜻은 아니다. 다방커피의 의미는 커피와 프림, 설탕의 비율에 있는데 커피2, 프림3, 설탕3(숫자는 스푼의 개수)의 비율로 타는 것을 의미한다. 취향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다방커피라는 메뉴(?)는 확실히 존재했다. 


믹스커피가 등장하고 더 이상 커피를 배달시킬 필요가 없어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스푼으로 커피를 넣다 알갱이를 떨어트릴 이유도 없어지고 프림을 쏟을 염려도 없어졌다. 그저 물만 끓이면 커피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귀찮은 것을 지지리도 싫어하는 남자들도 커피를 탈 수 있게 됐다. 거기에 물 조절만 잘하면 모든 커피의 맛이 동일했다. 다른 목적이 있지 않고서야 비싸게 다방커피를 시킬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믹스커피의 등장으로 집에서는 더 이상 커피가 들어있던 유리병은 발견하기 힘들어졌다. 커피를 자주 먹는 집도 편리한 믹스커피를 두고 먹었지 번거로운 인스턴트커피와 프리마를 두진 않았다. 

믹스커피는 집안에서도 커피를 쉽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지만 믹스커피의 등장으로 큰 혜택 본 곳도 다름 아닌 현장직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아닐까 한다. 예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쉬는 시간이면 꼭 믹스커피를 마셨다. 




쉬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믹스커피 한잔 마실 시간은 충분했다. 만약 믹스커피가 없었다면 현장에서의 커피는 귀찮아서라도 먹지 않았을 거 같다. 물론 커피가 좋아 번거로운 걸 감수하고 먹는 사람도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믹스커피는 장소, 시간의 제안을 줄였다. 언제 어디든 컵과 물만 있으면 먹을 수 있게 됐고, 더불어 티스푼도 필요 없었다. 그냥 커피 넣고 남은 봉지로 휘휘 저으면 그만이다. 


비위생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씻지 않고 내버려둔 티스푼보단 위생적이다. 나는 집에서도 설거지 귀찮아 봉지로 저을 때도 있는데 이것도 나름 믹스커피가 생기면서 생긴 재미있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믹스커피는 나이, 성별, 국적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믹스커피를 한번 맛본 외국인은 극찬을 날렸고, 머리가 백발이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즐겨 마신다. 한편으로 믹스커피는 우리나라의 커피 대중화를 이룩한 일등공신이 아니었을까? 믹스커피 없이 원두커피와 커피숍이 우리에게 왔다면 이를 받아들이고 대중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렸을 테니 말이다.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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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01 15:12 신고

    4월에도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커피전문점이라는 말이 번지기 시작하던 무렵에도 난 커피 마실 줄을 몰랐다. 동네 서점이 있던 자리에 커피전문점이 들어서고 플라스틱 컵을 든 사람들이 길거리를 장악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커피를 먹기 시작한 듯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커피전문점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반강제로 들어간 커피전문점의 방대한 메뉴들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도 결국엔 아이스초코나 핫초코를 주문하곤 했으니까. 나는 거의 최근까지도 커피와 카페와 친하지 않았다.

 

백수가 마음 편히 내 일(?)을 할 공간이란 많지 않다. 이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무렵 나는 카페를 빈번히 드나들고 있었다. 자주 가던 밥집이 카페로 변해버려 점심메뉴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무렵이기도 하다.

 

요새는 장난스레 '카페 메이트'라고 부르는 친구와 카페 구석에 쳐박혀 온종일 글을 쓴다. 그러다가 한참동안 영화, 드라마, 소설을 이야기 하곤 한다.

 

문득 카페가 문학과 예술, 철학을 품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고흐,보들레르, 랭보, 헤밍웨이가 활약한 파리의 카페까지 갈 것도 없이 이상, 이태준, 이효석, 박태원들의 아지트도 카페였다. 자유, 열정, 화려함 속의 사람들. 내가 누군가의 환생이라는 환상을 품어본다. 달콤한 꿈은 오래가지 않는다. 현실로 돌아온 나에게 밀려오는 건 권태다.

 

자유와 권태의 중간쯤, 이것이 커피와 카페를 사귀며 얻은 것이다.

 

여기 카페를 방황하는 한 청춘이 또 있다. (또하나의 카페 풍경이 궁금하다면, 스타벅스, 구직의 구천을 맴도는 자의 도피처)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같은 대상에 대한 타인의 생각을 아는 일이다. 흥미로움을 더하기 위해 출처를 밝히는 것은 잠시 미룰 것이다.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며 읽어보기를 권한다. 혼란을 주기 위해 약간의 트릭을 썼다는 것을 밝혀둔다.

 

 

 

자유인의 애수의 항구, 한 카페 자유인의 체험기, 그 첫번째

 

현대인의 카페 취미는 담배 하나 피우기 위한 휴게소로 또는 친구나 혹은 용건이 있는 사람을 잠시 기다리는 대합실 정도로 이용된다. 공리적 일면이 있는 이런 분들께는 좋은 홍차나 커피나 또는 좋은 음악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카페의 세속화라고나 할까? 이런 종류의 카페는 서울로 치면 '명과'나 '금강산'에서 종로의 '올림피아', '아세아'가 이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카페의 존재 또는 의의로 본다면 이렇게 순전히 세속적 공리성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른바 카페 취미, 카페 풍류란 일종 현대인의 향락적 사교 장소라는 대 공통의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다.

 

가령 한 친구(또는 2~3사람)와 더불어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문학, 예술, 세상의 기이한 사실, 더 나아가 인생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이러한 곳을 선택하는 고급된 카페 애용가도 있을 것이요. 사랑하는 한 이성과 고상한 이야기를 하며 애정의 분위기에 잠기려는 세상의 많은 로맨티스트들도 있을 것이요. 최근과 같이 음악과 영화에 대한 열기가 극도로 팽배한 세대에 있어서는 음악을 듣기 위하여 또는 영화의 세계를 찾아 이 카페를 일종의 공동 아지트로 해서 기분좋고 자유롭게 모여들기도 한다.

 

여기 서울 시내에 산재해 있는 카페 분포도를 그려보자. 그리고 이 분포도 위에 배치된 지리적 방위와 그 카페 카페가 가지는 독자적인 카페의 개성과 공통성을 염두에 상기하라. 지역적으로 보아 명동 일대가 서울 다방의 총 본영인 감이 있다. 이른바 서울의 카페 거리이다. 이중에서 카페 탐방객이 어느 집 입구를 들어서면 거기에는 공통된 카페 분위기-일종의 카페 체취-를 느끼리라.

 

남쪽 바다의 열대 식물이 있고, 베토벤의 데쓰마스크와 2~3인의 카페 알바녀 또는 알바남과 가급적 좁은 지면을 실용적으로 이용하여 벌여진 테이블과 의자, 소란한 레코드, 여기저기 널려 있는 그날 그날의 신문과 닳은 그달 그달의 취미 잡지, 영화 잡지, 커텐, 몇 개의 그림, 조각상, 탁상 전등 등 그리고 자욱한 담배 연기와 몇 개의 독립된 대사의 교착, 창백한 인텔리급의 청춘 남녀의 분산된 진영 등.

 

그러나 이 공통된 분위기 속에 반영된 세상의 모습이란? 또 그들의 이 순간적 향락 심리란? 계절을 따라 외부 경계의 변화에 따라 지극히 완만하게 때로는 발작적으로 변모되어 간다. 그리하여 자아의 미미한 형상만을 안고 다니는 카페객의 멸렬된 세계에도 하나의 공통된 심적 현상을 환기할 수 있으니, 가령 겨울에서 갑자기 밝은 봄 햇볕의 총애를 받은 그들이라면 그들은 일제히 경쾌한 보조와 명랑한 미소의 얼굴로 습관적인 그 걸음이 어느 카페 한 집을 찾아들어 가벼운 멜로디에 춤의 한 스텝을 사랑할 것도 같다.

 

이 신경적 외부 세계의 감촉이 이제 멀지 아니하여 우리에게도 이르른 듯 싶다. 명명하여 '춘삼월 카페 정조'란 제목이 나에게 제시된 것도 이러한 곳에 연유한 것이리라. 외투가 무거워지고 스프링코트가 생각나는 때, 오히려 처녀들은 단색의 외투나 코트 속에 간직했던 선명한 색채와 단아한 의상을 거리에 해방하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수선화는 시들어 늙었고 커피는 너무나 둔탁한 듯, 향기로운 홍차의 부드러운 김이 웃음 띈 그들의 얼굴과 더불어 하나의 명랑한 노래를 짜낸다.

 

말소리가 가볍고 몸의 율동이 생생하고 탄력성이 있어 봄의 향욕과 꿈과 희망을 품은 흰 구름이 그들의 담배연기와 같이 한 공간 속에 가득 찬다. 어디서 카나리아의 봄하늘을 그리는 노래도 있을 듯, 창을 열면 아코디언의 애수 품은 자유인의 한 전율이 들릴 것도 같으나 불행히 여기는 파리의 뒷골목이 아님에 이런 살 속에 숨어드는 예술적 향취를 찾을 바가 없다.

 

 

 

 * 1938년 5월 1일, 삼천리 제10권 제5호에 실린 이헌구의 「보헤미앙」의 哀愁의 港口, 一茶房 보헤미앙의 手記라는 글입니다.

* 한자어와 옛투의 글을 최대한 읽기 쉽게 바꾸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원래 의미와 상이한 부분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문이 궁금한 이는 http://db.history.go.kr/url.jsp?ID=ma_16_10_05_0460로 가보세요.

* 원래는 '카페'가 아닌 '다방'이라는 단어가 쓰였어요. 수월한 감정의 이입을 위한 것이니 양해바랍니다. 이 시절 글을 읽어보면 '카페'는 술집에 가까워보입니다.

* 어디에서 눈치채셨나요? 70년 전의 카페풍경이 흥미롭지 않았나요? 이 글의 뒷부분은 빠른 시일 내로 소개할게요. 기다리지 못하시는 분은 위의 링크로 가보시고요.

 

written by 모던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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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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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믹스커피와 친한듯하다. 작은 식당을 가더라도 식당입구 앞에는 공짜 커피자판기가 있기 때문이다. 밥 먹고 커피한잔은 식후 땡이란 말을 할 정도다.


한번은 중국에 갔더니 한국 사람들을 위해 믹스커피를 천원에 팔고 있었다. 습관이 무섭다고 밥 먹고 ‘식후 땡’을 위해 천원을 지불해서라도 커피를 마신다. 나도 그 습관에 길들여져 식사 후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 천원이란 거금을 주고 마실까 말까 고민을 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 먹진 않았지만 장난으로 ‘중국에서 커피장사나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커피를 접하게 된 계기는 시골로 답사를 갔을 때였다. 인심이 넉넉한 마을 주민은 나를 반갑게 맞으며, 항상 커피를 내왔다. 시골에서 커피는 접대음료로 통했다. 재밌는 건 집집 나름의 제조방식이 있었고 맛도 조금씩은 다르다는 점이었다. 


설탕과 커피를 듬뿍 넣은 커피를 감사의 표정과 함께 마셨다. 처음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집을 들릴 때마다 커피가 나오니 당황스러웠다. 6가구를 돌며 6잔을 마셨다. 손님에 대한 최상의 접대로 커피를 내온 것이기에 사양 못하고 감사의 말과 함께 억지로 다 마셨다. 숙소로 돌아갈 때쯤엔 속은 속대로 부대끼고 머리는 머리대로 아픈 거 같았다. 연거푸 6잔을 마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영향인지 지금은 하루에 커피 6잔은 기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커피포트에 물 끓이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거다. 출근 중에도 시원한 캔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지하철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지오지아’ 커피를 마신다. 유일하게 지하철 자판기에서는 지오지아가 800원이다. 


뾰로롱 둥글둥글 회사에 도착하면 업무시작하기 전까지 종이컵에 물을 부어 커피한 잔을 한다. 가끔 친구들이 맥심커피를 많이 마신다며 아메리카노 ‘칸타타’나 공유가 선전하고 있는 ‘카누’를 한 봉지 주고는 한다. 얻어먹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그래도 난 맥심이 좋다.


점심시간. 졸음이 서서히 다가오면 또 한 잔의 커피와 “역시 커피는 오후 두시에 마셔야 제 맛!!”이라고 외치는 동기들과 수다 오 분을 떤다. 그래서인지 이때부턴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밖에 들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는 나에게 있어 하루를 유지해주는 각성제다. 그리고 여유를 부리고 싶을 때 내세울 수 있는 무기도 된다. “나가서 커피한잔?” 바깥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웅크려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호호 불어가며 마시는 그 맛이란… 


컴퓨터와 나와 나란히 앉은 공간에서 또 두 시간 작업. 뚜닥뚜닥. 또닥또닥. 입이 심심하당. 이번엔 좀 특별하게 커피에 홍차를 타 마셔 볼까? 냉큼 맥심커피에 유럽의 향이 느껴지는 다즐링을 타서 마시면 홍차라떼가 된다. 배고프면 커피에 율무차를 타서 곡물라떼를 만들어 먹는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홍차라떼, 곡물라떼 만큼 맛이 좋다. 가격도 착하고. 


아, 가끔은 나도 화려함을 느끼기 위해 커피 마시러 회사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점심은 식당에서 2500원짜리 밥을 먹고, 커피는 커피숍에서 점심시간 할인을 적용받아서 3000원에 사서 마신다. 커피 값이 밥값보다 비쌀지만 뭐 분위기 값이라고 해두자. 평소엔 싼 커피를 마셔주니 가끔은 비싼 커피 마셔줘도 되잖아? 이래나 저래나 나름의 합리화를 통해 오늘도 커피 한 잔… 이제 커피는 일상이다.


Written by 빙구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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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보면 우아한 옷을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고급스런 가방을 멘 여성의 손에는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있다. 회사로 가는지, 친구를 만나러 가는지 바쁜 걸음이다. 멀뚱멀뚱 나는 짧은 1초 동안 여자의 스타일을 평가하고 바로 컵으로 눈이 향한다. 자동반사적이다. 스타벅스, 커피빈, 엔젤리너스 등 유명한 커피전문점의 커피인지 아니면 길 다방표 커피인지를 확인한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 해서웨이’가 잘 차려입고 커피를 양손으로 들고 뉴욕 한복판 거리를 걷는 장면은 여성 누구나 꿈꾸는 장면이다. 직업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는 현대여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직장에 다니면 꼭 반듯한 옷을 차려입고 커피한 잔을 손에 쥐며 출근해야지 생각했는데, 현실은 사무실에서 잠 쫓기 대용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어쨌든 커피는 현대 여성을 돋보여주는 필수 아이템이자 궁핍함을 보여주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러한 커피의 모순적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요즘 한층 연말분위기를 채우기 위해 커피전문점에서는 커피 한잔을 구입할 때마다 스티커를 준다. 스티커 20장을 채우면 다이어리를 제공한다. 실제로 다이어리의 가격은 스티커 20장을 채우는 것보다 저렴하지만 사람들은 커피 브랜드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20장을 빼곡히 채운다. 다이어리를 탐하는 자들은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약속장소를 필사적으로 카페로 추진한다. 


모으는 재미와 붙이는(?) 재미는 마약과도 같아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인터넷 카페에서 스티커가 장당 약 500원~1,000원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까지 나오는 걸까? 그냥 다이어리를 구입하면 될 것을. 사실 나도 길거리에 떨어진 스타벅스 스티커를 주워 모으면서까지 다이어리를 받았다. 


“난 스타벅스 커피가 더 맛있어. 나는 커피빈. 나는 투섬.”, “나는 벤티 싸이즈의 아메리카노를 마셔줘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라며 으스대며 서로 커피 브랜드에 따른 선호도를 자랑하는데, 이것은 브랜드 커피만 마시는 까다로운 여자임을 5분간 보여주는 면이다. 그러면서 비싼 커피를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타는 모습을 보여준다. 커피의 화려함을 택한 대신 지갑의 궁핍함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자기 자동차를 타고 커피를 마시는 진정 커피러버들도 있지만 말이다.


written by 빙구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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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의 생애 첫 커피。

 

“전쟁 때는 여기 선착장 바로 앞까지 미군 부대 헌병이 있었어. 그때는 헌병이 휘발유 몇 드럼을 파도에 떨어뜨려서 팔아먹었어. 내가 본부 운수과에 있을 때 조사하러 나온 적이 있었거든. 여기까지가 미군 부대였으니까. 그때 처음으로 커피를 마셔 봤어. 미군 헌병이 큰 깡통에 들어 있는 커피를 주는 거야. 그야말로 원두커피지. 먹어 보니까 고소하더라고. 그런데 배가 고프니까 그걸 꿀떡꿀떡 다 먹었어. 그게 몇 리터더라? 무척 큰 거였는데 그걸 다 먹고 정신이 이상하게 됐어. 그래서 야전 병원에 실려 갔잖아. 그때 커피 병에 걸려서 혼이 났어.”[각주:1]

 

 

위의 짤막한 글은 고은 시인의 인터뷰 내용이다. 선생님이 33년생이시니까 그의 20대는 1950년대, 그리고 한국전쟁 때를 말하겠다. 미군 군수물자에서 얻은 커피, 그 맛이 쓰기도 하고 한편으론 고소하기도 하고, 선생님은 당시에 알고 계셨을까? 훗날 우리 국민들이 그 커피 맛에 지독하게 중독될 것을…  

 

 

 

 

내 생애 첫 커피。

 

 

나는 80년대 생이다. 그리고 내 생에 첫 커피는 초등학교에 막 들어갔던 시절 막내이모가 타준 아이스커피였다. 무려 아이스커피! 커피 둘에 투게더 바닐라 아이스크림 크게 두 스푼을 넣어서 타준 커피였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명절 때마다 이모를 만나면 그때의 커피 이야기를 한다. 요즘에도 가끔 그 맛이 생각나서 타 먹어 보지만 그때의 맛을 도저히 따라갈 방법이 없다. 맛있다고 소문 난 아메리카노에도 시도해봤지만 그 맛을 따라갈 수가 없다.

 

단순히 커피가 맛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잠깐의 일탈을 맛볼 수 있어서일까. 당시 어른들 사이에서는 커피가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다고 회자되어 못 먹게 하곤 했다. 반면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 맛있는 것을 어른들끼리 몰래 먹기 위해서 우리들한테는 주지 않는다는 설이 있었더랬다. 진위여부는 차치하고, 첫째인 엄마와 막내이모는 15년 터울이기에 나름 당시의 X세대였던 막내이모는 나에게 맛난 이모표 아이스커피를 타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혁명이었다.   



사진 출처
http://cfile29.uf.tistory.com/T950x950/13390E424E2D265735DCCD
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1/12/19/20111219000533_0.jpg

 

Written by 앵무새

 

  1.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동양북스, 2012, 488-489쪽에서 발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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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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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1일. 천신만고 끝에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손에 쥐었다. 아아...그동안 얼마나 길고 긴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던가! ㅜㅜ 돌이켜보니 12월은 스타벅스 다이어리 스티커 모으기에 정신줄 놨던 달이었다. 오늘의 커피, 아메리카노, 라떼, 비안코, 초콜렛 모카에서부터 프라프치노까지! 스타벅스 메뉴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메뉴를 30일이란 시간 동안 훑어보았던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물론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돈 주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상품이다. 정가 17000원. 그러나 이것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대부분의 여성들은 '스티커 모으기 대작전'을 통해 이것을 획득한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서는 총 17개의 스티커를 모아야한다. 주어진 시간은 11월 1일부터 12월 31일 내에 한해서다. 17개의 스티커 가운데에서도 3개는 크리스마스 전용 음료를 마실 때 주는 빨간 스티커이고, 나머지 14개는 일반 음료를 마실 때 주는 하얀 스티커다. 물론 빨간 스티커를 주는 음료는 일반 음료보다 훨씬 비싸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제 값 주고 마실 경우 최소 5만 3000원어치가 넘는 비용이 든다. 하얀 스티커의 일반 음료 중 가장 싼 '오늘의 커피'와 빨간 스티커의 크리스마스 음료 중 제일 저렴한 음료를 샀을 때의 기준이다. 그냥 샀을 때보다 무려 3배 이상의 돈이 든다. 


다이어리를 손에 넣고 싶어하는 층은 2030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주머니가 얇다. 그냥 맨 땅에 헤딩하면 훅 털린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작전이 필요하닷!  


- 작전 하나. 스타벅스 '스티커+1' 마케팅 철저히 활용하기!

12월에 접어들자 여자친구는 나에게 당분간 스타벅스 커피를 최대한 이용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문자 메시지로 날짜별로 바뀌는 '스티커+1' 행사에 관한 내용을 보내주면서, 가급적 이 지침서에 맞게 음료를 마셔줄 것도 함께 부탁했다. 모든 것을 기억하기에는 남성인 나로서는 힘이 들었다ㅡㅜ;;; 그 중 기억나는 것만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일반 음료 포함하여 12000원 이상 구입 시 스티커 한장 추가

요게요게 아주 미묘해~~ 둘이 가서 음료 2개를 시키면 12000원에 조금 못 미치는 턱걸이 가격이 나온단 말이다. 스티커를 받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비싼 케잌까지 먹긴 그렇고..... 2000원짜리 쿠키를 하나 사면 오케이! 


2. 두유라떼 마시면 하얀색 스티커 한장 추가에 사이즈 업

우유보다 상대적으로 두유의 단가가 낮다는 점을 공략한 것 같다. 어쨌든 두유를 싫어하지 않는 나로서는 쌩유! 


3. 텀블러에 음료 주문하면 하얀색 스티커 한장 추가 

일회용 컵과 머그잔 사용을 자제하여 비용 감축을 하려는 것 같다. 텀블러 그 까이꺼 들고가기 어려운 거 아니쥐. 이것두 쌩유!


4. 크리스마스 음료시키면 스티커 한장 추가

'비싼 거 맛있으니까 어서 마셔보라'는 소리다. 어차피 스티커로 다이어리 받기로 작정한 거다! 하나 마셔 하나 덜 마시면 되는거다. 이것두 썡유!


5. 스타벅스 전용카드에 30000원 이상 충전시 빨간색 스티커 한장 추가

아...여기서부턴 좀 어렵다. 내가 스벅 전용 매니아가 아니기 때문에 카드까지 사는 건 좀...(긁적긁적). 이건 여자친구의 몫이다. 오래전부터 전용 카드를 사용하면서 '별'을 철저하게 활용했던 여자친구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새해가 되도 그 카드로 먹을 거 어려울 것 없다. 토스! 오케이! 


6. 텀블러 사면 스티커 한장 추가 

아아...이건 나도...여자친구도 부담스럽다. 포기한다;;;




- 작전 둘. 합동 대작전 돌입하기!

이렇게 모아도 사실 다이어리를 받기에는 아직 스티커가 부족하다. 17개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더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같이 모으다 보면 다이어리 하나 받고 끝내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희한한 집착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내 것도 받아야지 않겠어? 동생껀? 주변 사람들껀? 응???'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뇌 속이 온통 스티커로 뒤덮인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여기서부턴 가족, 친구, 친지를 동반한 모든 지구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원기옥도 아니고;;;;; 


1. 스티커 있어?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별 생각없이 스티커만 받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의 지갑을 열어보라! 특히 남자들 지갑! 대부분 카운터에서 '스티커 모으세요?'라는 질문에 어정쩡하게 '아...네' 하면서 그냥 주머니에 넣어두거나 지갑 한 켠에 무심코 끼워두는 사람들을 공략하면 돈 들이지 않고 스티커를 모을 수 있다. 


2. 어? 다이어리 받았어? 남는 거 있어?

이제 막 다이어리 받은 사람들에게 연락이 닿으면 지체없이 물어보라. 반드시 그들도 과욕에 따른 처치곤란의 스티커들이 두 세 개쯤은 남아있다. 그렇게 남은 것으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그리고 솔로들은 자신의 것만 받으면 그 다음엔 땡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냥 남 줘버리고 만다. 염치는 무슨. 만나서 받아라 ㅋㅋㅋ. 


3. 엄마아빠~~스타벅스에서 모임해요!

요새 엄빠들 모임도 커피숍에서 종종 이루어진다. 난 분명히 봤다. 아줌마 셋이서 스벅 오셔서는 음료만 시키고 스티커는 '아뇨, 됐어요.' 하고 마는 것을...(아...저걸 날 줬다면...아악 ㅠㅠㅠㅠ) 연말에 엄빠들 송년회 정말 많다. 그 중에서 한번쯤은 분명히 커피숍 간다. 많게는 열명씩도 간다구! 사전에 철저히 부모님 교육에 들어가면 된다. 엄빠! 커피숍 가면 꼭 스타벅스로 가요! 그리고 스티커 받아오는 거 잊지 마세요! 



- 작전 셋. '막장의 눈'으로 관찰하기 

연말에 스타벅스에 가서 조용히 주변을 관찰해보라. 모두들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다. 특히 카운터 주변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왜 추운데 2층, 3층 가지 않고 1층에 우글우글 앉아있단 말이냐!!! '막장의 눈'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쥐 후훗. 꼭 이 와중에도 스티커 안 모으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다. 이 사람들 꼭 한 두 개씩 그냥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그냥 스티커를 받은 채 주변 테이블에 올려놓고 횅 가버린다. 이 때를 놓쳐선 안돼!!! 냄새가 폴폴 나는 양반 곁에 웅크리고 있다가 먹이를 놓고 가면 살쾡이처럼 잽싸게 달려가 낚아채버려! 실제로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모아 덕지덕지 더러운 스티커 판을 종업원에게 내민 내 친구도 있다구! 이젠 눈치 염치 코치 다 없는 거야!!! 달려들어!!! 붙여!!!





이렇게 우린 연말에 스타벅스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다이어리도 몇 개 획득했다^^ 그리고 돈도 꽤...썼다^^;;; 이렇게 우린 스타벅스에 '적금'을 들어주었지요 아하하^^;;;;;;;;;



스타벅스가 노리는 것은 단순히 매출 증진이 아니여. 고것은 일차적인 것잉게... 고것보담서도 음료 전체를 한번 쫘악 훑어봐라 그거여! 다 먹다 보면 어케 뒤여? 레시피 고것에 중독이 되어부러~~스벅 커피 하면 딱 혀에서 맴이 돈당께! 스티커를 도구 삼아 사람들의 시각과 미각에 철저하게 '스타벅스' 네 글자를 각인 시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게 뭔줄 알여? 커뮤니티여. 혼자 모으다가는 말짱 거지되부러~~ 주변 사람들 도움이 필요혀~~~ 얼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뮤티니가 맹글어져써~~! 다이어리 받고 서로들 사진 찍고 페북 올리고 막 이래저래 자랑질들을 혀. 프라다 가방 메고 다니는 것 마냥 '나 스타벅스 다이어리 쓰는 사람잉게 고렇게 아쇼!' 딱 눈도장 찍는겨. 어차피 속에 내용은 거기서 거기여~ 이와 같이 소비자의 브랜드와 디자인의 연중 상용화를 통해 스타벅스 이미지의 지속화를 노린다. 그것은 맨 마지막 장에 붙어 있는 무료 쿠폰 세 장에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언제든 스타벅스에 들러달라는 것이다. 


Written by 장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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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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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가 사그러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너무 춥다. 시베리아 벌판을 우리 동네 밑장에 깔았나보다. 밤이면 밤마다 울어대던 길 고양이들도 자취를 감췄다. (아마 그들의 아지트에 모여앉아 고래고래 욕을 하고 있을 거다). 그러나 고양이처럼 마냥 춥다고 집에서 웅크릴 수만은 없는 법. 카페라도 나와 앉아있어야 책이라도 한 줄 볼 것 같아 추운 밤 할리스로 향했다. 허허, 역시 연말은 연말이다. 할리스 4층까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다행히 4층 가운데 빈자리 하나 남아 있어 냉큼 앉아 가방으로 영역 표시를 하고, 우당탕 내려가 라떼 한잔 시켜 올라왔다. 할리스는 회원카드만 있으면 사이즈 업 또는 샷 추가를 무료로 해준다. 야호, GRANDE 사이즈! 맛있게 냠냠.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공부거리를 펼치고 앉아, 손깍지를 끼고 기지개를 한번 주욱 펴본다. 주위를 둘러보니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A, B, C, D, E, F, G ~ Z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굳이 보려고 보는 것은 아니요, 굳이 들으려고 듣는 것은 아닌데, 2시 방향의 커플이 매우 매우 매우 눈에 띈다. 둘의 몸이 찰흙처럼 엉키고 섞여 스크류바를 이루었다. 아나콘다 같기도 하고, 아무튼 죽어 못산다. 두 눈이 마주칠 때마다 번갯불이 번쩍번쩍 일면서 쪽쪽 입맞춤을 나누고, 신났어 아주 그냥 신났어 ㅋㅋㅋㅋㅋ.


 남자가 무얼 발견한 듯 여자의 긴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며 가만히 그녀의 귀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물어본다. 


“어, 못보던 귀걸이네? 귀걸이 샀어?”

“아냐, 언니가 준거야. 나 별로 악세사리 하는거 안 좋아하잖아.”

“아...난 또, 너 귀걸이 잘 안하는데 웬일로 샀나 했지. 근데 왜 했어?”

“아 몰라 진짜, 아침에 나오는데 언니가 이거 하고 나가라고 하면서 끼워주잖아. 해주는데 또 싫다고 하기도 그렇고 냅뒀어 그냥.”


 그냥 보기에도 휘황찬란한 귀걸이. 수수한 롱코트에 니트와 청바지 차림의 여자. 헐, 귀걸이만 무지하게 튀어 보인다. 브랜드는 스와로브스키. 귀 밑으로 길게 드리워진 깨알 같은 보석들이 반짝 반짝대며 무도회 입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귀걸이만 보면 그녀는 지금 영화제 시상식이라도 갈 기세다. 언밸런스하다는 게 요런 걸 두고 이야기하는 거다. 남자가 꽤나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언니는 되게 화려한 거 좋아하나보다?”

“우리 언니 이런 거 되게 좋아해. 귀걸이, 목걸이, 반지, 팔찌, 반지 다 해. 지가 무슨 클레오파트라인줄 알아. 나 참.”


 여자가 큭큭 대며 웃는다. 무슨 사연이 있나보다. 


“우리 언니 대따 특이해. 어렸을 때 우리 엄마가 언니 때문에 고생 엄청 했어. 하하하. 생각하니까 진짜 욱기다 ㅋㅋㅋ.”

“왜왜, 뭐가 웃기는데?”

“우리 언니가 옛날에 어렸을 때 툭하면 없어졌거든? 그게 다른 애들처럼 길에서 가다 잃어버리고 그러는 게 아냐. 어떻게 잃어버리는 거냐면, 우리 언니가 지금도 진짜 나대거든? 옛날에도 똑같았는데, 집에만 나가서 놀면 다른 집 초인종을 막 누르고 그냥 다짜고짜 ‘안녕하세요 저는 모모모에요’ 꾸벅 인사하고 들어가서 저녁 7시고 8시고 그 집에서 계속 노는거야. 그러니까 집에서는 잃어버렸다고 난리가 나는거지!”

“모르는 집에 그냥 들어가서?”

“어어, 미친거지 ㅋㅋㅋㅋㅋ. 그러니 우리 엄마 속이 안 타들어가겠어? 그래서 우리 엄마가 짱구를 굴렸어. 요 기집애를 어떻게 해야 안 잃어버리나 하다가 생각한 게 악세사린거야.”

“악세사리로 뭘?”

“인제 언니한테는 ‘예쁜 악세사리를 하고 다녀야지 사람들이 이쁘다고 하는 거에요, 길도 안 잃어버리고’ 얘기해주면서, 팔찌랑 목걸이를 해줘. 근데 그 팔찌랑 목걸이에 집 주소랑 전화번호, 엄마 아빠 이름, 애 집에 보내주세요 메시지 딱 적힌 꼬리표를 거기다 같이 붙여주는거야. 찾은 사람이 보라고. 사람들 눈에 잘 띄라고 또 보석 이따 만한거로 해주고, 화려한 거 막 이런 걸로 해주고. 웃기지 않아? ㅋㅋㅋㅋㅋㅋㅋ”

“아~~그래서...언니는 지금도 악세사리 다 하고 다니는 거야?”

“어어, 언니는 진짜 꼬맹이때부터 온 몸에 보석치장 한 거지. 지가 맨날 그러고 다니니까 커서도 이게 버릇이 된거야. 나중엔 엄마가 안 사줘도 자기가 알아서 다 사. 고등학교 때 엄마 몰래 카드 갖고 백화점 가서 50만원 긁어서 뒤지게 맞은 적도 있어.ㅋㅋㅋㅋㅋ”

“아 진짜? 대박이네...”

“지가 하다가 또 질리면 나를 줘. 나보고 하라고. 근데 난 뭐 어렸을 때부터 언니가 그러고다니는 거 보니까 별로 악세사리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

“그래서 너가 악세사리 별로 안좋아하는구나. 핫핫.”

“무슨 목걸이가 위치추적 장치도 아니고 그게 뭐야. 그냥 보기에도 답답해. 그래서 안해. 그냥 오늘같이 억지로 끼워주면 해. 해준다는 거 안한다고 그러면 완전 삐지거든. ㅋㅋㅋ”

“진짜 특이하네 하하”





  우와. 악세사리도 다 여자 나름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구나. 스와로브스키에도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넣을 수가 있는 거구나. 


Written by 선장


[스와로브스키 사진: 대림미술관 스와로브스키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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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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