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나요?
당신과 함께 길을 걸으면 세상 모든 게 전부 내 것만 같았답니다.
그 어느 누구도 부러울 게 없었죠.
당신과 함께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내였답니다.

 

당신은 제게 왜 꼭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거리를 잘 가느냐고 툴툴거렸지만,
혹시 그거 아나요?
당신과 함께 길을 걸을 때면 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내 옆에 지금 당신이 함께한다고 자랑하고 싶었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요.

 

오늘도 나와 함께 길을 걸어 주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진 : 독일의 퀼른 다리 그리고 사랑의 자물쇠

 

Written by 동전오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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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 않을 것만 같던 눈 더미들이
겨울비에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시린 내 마음도
눈물에 녹으면 좋으련만,
어른이 되니
울어도 소용이 없다.
 
결국은 이토록 허무하게 사라져 갈 것을
왜 그토록 남기려 했는지…


 

겨울비가 오는 아침입니다. 겨우내 내린 눈들은 길가 모퉁이에 쌓여져 있었어요. 뽀드득 소복이 쌓여 기분 좋게 만드는 흰 눈이 아니라 골칫덩어리에 더럽게 얼룩진 눈 더미 말이에요, 꼭 마음 한켠에 쌓인 나의 상처들을 보는 것만 같았답니다. 한때는 그렇게 아름다웠었는데 말이죠. 흰 눈, 누구에게는 아름다운 사랑과 추억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제게는 첫사랑의 슬픔입니다. 몸도 마음도 얼어버린 소년에게서 그녀는 떠나가 버렸으니까요.

 

겨울비에 눈 녹듯이 내 마음의 아픔들이 쉽게 씻겨 나갔으면 좋으련만, 나이가 들어도 첫사랑의 아픔은 아침부터 찾아와 스산스럽게 만드네요. 겨울비가 해결해 줄 수는 없겠죠. 이렇게 이번 겨울도 오지 않을 그 사람 대신 비가 내리고 있네요. 내가 기다린 것은 비가 아닌데 말이죠.
 
+사진: http://click4what.tistory.com

 

Written by 동전오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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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보세요?"
"잘 안 들려요. 왜 그렇게 빠르게 얘기하는 거예요?"
"천천히 좀 얘기해 주시겠어요?"
 
"야, 좀 천천히 가~!"
"왜 그렇게 빨리 걷니, 쫓아갈 수가 없잖아."
"다음 신호에 건너면 안 될까?"

 

위의 문장은 제가 자주 지인들에게 하는 말이에요. 반대로 지인들에게는 이런 말을 많이 듣곤 한답니다.

 

"넌 좀 답답한 면이 있단 말이야."
"넌 꼭 서둘러야 될 땐 여유부리고 필요 없을 땐 성급하더라."
"그렇게 살면 불편하지 않니?"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저는 대꾸 없이 그냥 씩 웃기만 한답니다. 그리고 속으로는 스스로를 가다듬죠.
'그런가? 천천히 하면 되지, 뭐~'

 

근데 그거 아나요? 우린 생각이 다를 뿐이라는 걸.
여러분, 전 느립니다. 참 느린 아이에요.
뭐가 그리 급하신가요?
꿈을 좇아 급하신가요, 혹시 급해서 꿈을 놓치시지는 않았나요.

 

한번 크게 심호흡하고, 숨 좀 쉬고 발을 다시 힘차게 내딛자고요!
끊임없이 말하는 것보다, 계속 걷고 행동하는 것 보다,
때로는 적당히 쉬는 게 더 멋진 일인 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남보다 더 길고 먼 여정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너무 조급해하지는 말아요.
그리고 스스로의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도 잊지 말고요.
좀 천천히 도달해도 괜찮습니다.
걸어가는 동안 그 힘든 과정 이겨내 가는 스스로에게 박수!!  

 

+사진: http://www.mongri.co.kr
 

Written by 동전오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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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있어
흔한 눈길조차 주지 않아도
산이 좋다.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런 말 들려주지 않아도
바다가 좋다.

 

산과 바다 같은 그대가
그냥 좋다.

 


산에 오르면 그 웅장함과 숲의 신비함에 마냥 좋습니다. 산에 가면 내가 좋은 것이지요. 바다에 가면 세상 모든 것을 품어줄 수 있는 그 위대한 포용력에 그냥 좋습니다. 덕분에 시야가 탁 트이고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며 위안을 받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파도소리만 철썩일 뿐 나에게 아무런 말도 들려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는 바다가 좋습니다.

 

그 사람은 산과 바다처럼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대에게 다가가면 내가 좋았습니다. 산과 바다는 내가 온 것이 반갑다는 말이 없고, 그녀 역시 내가 다가온 것이 좋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괜찮습니다. 다가갈수록 내가 좋았던 것이니까요.

 

요즘 들어, 나에게 산과 바다 같은 그대가 힘들어 합니다. 아무런 말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한 사람에게는 드높은 사랑과 드넓은 위안을 주던 위대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산이고 바다입니다. 


Written by 동전오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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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매서운 겨울 날씨의 연속이다. 기세등등한 동장군 덕분에 옷깃을 여미는데 힘이 들어가서 점퍼 지퍼가 고장이 나 버렸다. 지퍼에 달린 고리가 끊겨져 버린 것이다. 쇠고리였는데…
 
초강력 따뜻한 이 털 점퍼는 ex-girl friend의 선물이다. 보편적으로 오랫동안 연애를 하게 되면 연인들에게는 사시사철의 선물들이 쌓여져 간다. 특히나 한국의 연인들은 철마다 서로 챙겨줘야 할 기념일들이 넘치지 않은가. 하지만 헤어지게 되면 이것들은 처치곤란에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다. 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남겨두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의 해결법은 다르다.

 

어떻게 헤어졌느냐에 따라, 얼마냐에 따라, 팔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대체로 커플링), 애착에 따라, 추억에 따라 등등등.
 
얼마 전 지인에게 이 잠바에 대해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녀와의 고만고만한 추억이 깃든 잠바라고 그런데 지금은 가난해서 버릴 수는 없다고, 농담어린 이야기였다. 지인은 기왕 망가진 거 겸사겸사 버리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추억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 옷은 더 이상 내가 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 무슨 염치로 이 옷을 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와의 만남은 24개월이었다. 그렇다, 약정 기간이 끝났다. 24개월, 그리 짧지도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들. 누가 이러한 기한을 정했을까? 정말 합리적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간, 바로 24개월이란다. 그 정도 사귀다 헤어졌으면 나는 나쁜 놈이 아닌 게 된다. ‘자연스럽게 헤어졌죠 뭐.’ 이렇게 주위에 말 할 수 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럴 수 있다, 그런가보다.
 
여기에서 번호이동을 하거나 신규가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통신사로 돌아가는 법은 없다. 가면 손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새로움, 익숙함이 부끄러워져 고개 돌리게 하는 그 말. 새로운 것은 신비롭다. 어쨌든 그녀는 내 탓에 그녀의 잠바주인을 만나는데 2년이나 늦어져 버렸다. 미안하오.
 

 

오래되면 익숙해져서 서로 잘 적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오래되면 쉽게 망가지기도 하는 법이다. 그렇다, 오래되면 망가질 위험성도 높은 것이다. 망가졌을 때 우리는 대처하게 된다. "고치느냐, 버리고 새것을 택하느냐." 어쨌든 약정 기간이 끝났다는 것은 둘 다 알고 있었고, 우리의 선택은 버리는 쪽이었다.

 

또 하나의 선택, 오래되어 망가진 점퍼의 운명. 하지만 이번에 나는 고치는 카드를 선택했다. '뭐, 고치면 되지.' 잠시 점퍼를 버릴까 고민해봤지만 이내 수선집으로 향한다. 나도 추억을 고치는 중이다.

 

그렇게 본다면 추억은 자기목소리로 만들어질 뿐이다. 한 사람은 상처로 남아있을 수도 있는데 한 사람은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여기는 것, 아니 여기고 싶은 것. 그것이 추억이다. 그래, 추억은 어떻게 보면 이기적일수도 있는 것 같다.

 

어느덧 시간이라는 약에 취해 그녀와의 지난 사랑은 오후의 낮잠처럼 달콤한 꿈으로만 남아 있다. 그 당시의 오해와 아픔, 그리고 슬픈 감정은 지금 명백히 기억에서 되살릴 수가 없다.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다. 그 슬픔을 지웠기 때문에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것만을 기억하고 싶어서 추억을 수선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파할 내 가슴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 사진 : 위 사진은 흑석동의 뉴타운 재개발 전 동네골목의 모습이다. 이제는 동네골목 가로등 아래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의 모습을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다. 동네 골목도, 우리도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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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오매(湖南五梅)라 일컫는 고불매(古佛梅)。

 

그녀를 보러갔건만

이미 그녀는 가고 없단다.

 

시들은 꽃잎만이라도 보여 달라고 했건만

지조 있는 그녀는 애써 감추며 허락하지 않는단다.


언젠가 뭇 사내와 조우하자 

한송이 매화꽃으로 피었다고 했던가.

 

하여 홍조(紅潮)를 띤 그녀가 나를 맞이하는 꿈을 꿨건만,

그 자취조차 찾을 길이 없단다.


범인(凡人)에게 매화는 욕심일 뿐이란다.

그렇게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 사람。


Written by 동전오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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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東風)

 

너는 바다 밖에서 새로이 불어와
새벽 창가 시 읊는 나를 뒤숭숭하게 하지.
고마워라. 시절 되면 돌아와 서재 휘장 스치며
내 고향 꽃피는 소식을 전하려는 듯하니.

 

知爾新從海外來, 曉窓吟坐思難裁. 堪憐時復撼書幌, 似報故園花欲開.

 

이 시는 통일신라의 천재 문인 최치원의 ‘東風’ 이다. 그가 당나라 유학 중에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이는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나를 위로해 주었던 시들 중 하나이다.

 

당시 나는 봄을 타고 영국으로 들어왔기에, 추운 겨울을 외롭게 나며 다시 찾아온 따스한 봄기운은 내게는 마치 선물과도 같았다. 이 봄바람은 부푼 꿈을 안고 부지런히 유학준비를 했던 한국에서의 소중한 기억을 일깨워 주었다. 굳게 결심했던 포부가 어려움과 외로움에 슬며시 바래졌을 때,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게 만들어준 시이다.

 

당대 천재로 유학을 떠나 목숨을 걸고 나라의 미래를 걸고 공부에 임했을 최치원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으나, 배운 지식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품은 큰 뜻은 천 년도 더 지난 천재와의 시를 통해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이 시를 현재 집 떠나와 외로이 공부하고 있을 모든 유학생들에게 선물한다.

 

‘동(東)’은 사계절 중 봄을 의미한다. 또한 신라가 당나라의 동쪽에 위치하였기에, 동풍은 ‘고향에서 불어온 바람’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 사진은 유학생활 중 산책을 하면서 한국을 떠올렸던 Durham Wear강의 새벽 모습이다.  

 
Written by 동전오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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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빵집이 하나 있는데 그 가게에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한 명 있다. 매일 저녁 퇴근길, 동네 어귀에 이르면 빵집 쇼윈도 너머로 항상 그녀를 볼 수 있다. 이 순간만큼은 단순히 내가 퇴근하는 길에 그녀를 본 것인지, 그녀를 보기 위해 일하러 갔다 온 것인지 헛갈릴 때도 있다. 달코롬한 빵 냄새에도 홀려 자연스럽게 눈길이 향할 만도 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언젠가는 턱을 궤고 TV를 보고 있고, 언젠가는 폐장 준비로 막대걸레질을 하고 있고, 언젠가는 그냥 서 있기도 한다.
 
그녀는 몇 살일까? 얼핏 보면 나보다 나이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주인일까, 주인네 딸일까? 내가 스쳐가는 지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날 감지하기는 할까?
 
궁금함도 잠시 내가 그녀를 유리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은 단지 1~2초 정도에 불과하다.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빵을 사면서 대화도 걸어볼 수 있고 가까이서 얼굴도 볼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단지 지금이 좋아서이다. 쇼윈도 너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 그냥 좋다. 쇼윈도 얼룩 때문에 선명하진 않지만 어떤 목소리인지 들리진 않지만 그래서 더 좋다. 가게에 들어가서 얼굴을 마주 보거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왠지 나의 환상은 깨질 것 같기 때문이다. 마치 가게 문을 열 때의 알림종 소리에 환상이 깨어지듯이.

 

짝사랑이라는 게 이런 거 아닐까. 쇼윈도 사이에서 그 사람의 실재가 아닌 단지 ‘상상적 이미지’에서 만들어진 이상(理想)과의 사랑. 하지만 그러한 인식이 더 위력을 가하는지도 모르겠다.

 

유리창 문을 열고 들어가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의 판단은 내 손에서 벗어나 있다. 아직 나에게 빵집 아가씨는 빵집 아가씨일 때가 좋다. 빵집 아가씨를 완벽한 여인으로(정작 본인은 엄청 부담스러워 할) 만든 것은 내가 만든 것이지 그녀의 잘못은 아니기 때문이다.
 

Written by 동전오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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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3 16:50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군 입대했을 때, 휴가 나와서, 제대하고, 졸업했을 때, 취업할 때, 친구 결혼식 때, 그리고 상갓집에서…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꼭 만나고 싶어서 불러냈던 사람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십년을 넘게 알아왔으면서도 만난 횟수가 반년 사귀다 헤어진 지난 여친과의 만남보다도 적은 사람 말이죠.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저의 연애사를 모두 알고 있네요. 


그런 날이 있습니다. 꼭 그 사람을 보고 싶은 날.

그날은 돌이켜 보면 제게는 인생의 통과의례라는 주요관문이었더군요. 저를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러나 그보다, 그런 중요한 날이면 그녀를 보고 싶어 하는 제 마음을 들키지 않고 불러낼 수 있었으니까요.

    

“잘 지내?”

“…(잘 지내냐고? 너는 지금 내 얼굴을 보면서 그런 말이 나오지? 네가 그 사람과 웃고 행복하게 지내니깐, 야윈 내 모습 따위는 보이지 않는 거겠지. 뭐, 잘 지내냐고? 그동안 보고 싶어서 혼났지, 임마. 페이스북이랑 미니홈피 글 보면서 참았다. 글은 또 왜 그렇게 뜸하게 올리니? 사진은 참 행복해보이더라. 그 사람이 너한테 아주 잘 해주는 것 같네. 야, 너만 잘 살았는지 알지? 나도 열심히 살았어. 너한테서 성공한 모습 보여주려고 이를 아득바득 갈면서 산다, 내가 아주. 야, 그리고 나도 요즘 여자 만나.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 너 아니래도 나 멋지다고 하는 여자 많아…참…보고 싶었다, 많이. 여전히 예쁘구나, 너란 여자.)”

“뭐 해? 잘 지냈냐니깐?”

“응…그…그냥.”          

 

그동안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수천수만 가지 이야기 대신,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한 단어뿐이었습니다.

 

Written by 동전오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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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나를 알기에 더더욱 슬퍼지네.. 

                                                                - 회상Ⅲ/김태원



~♫~~

익숙해진 핸드폰 알람음, 가장 귀에 거슬리는 소리로 바꿔 놓았건만 ― iPhone4의 ‘공상과학’ 사운드, 사람 속을 뒤집음과 동시에 달팽이관에서 고막을 거쳐 외이도까지 쭉 긁는 느낌을 줌 ― 그 조차도 어느새 귀에 익어버린다. 평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하루의 시작과 함께 분주하기만한 어느 아침 날. 


여전히 잠에 취해 옷매무새를 가다듬다가 바지 주머니에서 남몰래 숨어 있던 동전 500원과 해후(邂逅)하게 되는 그런 날이 꼭 있다. 그럼 보통 우리는 살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딱 그 느낌과 그 타이밍이다. 군더더기가 있으면 안 된다.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말이다. 단지 그 느낌의 남자로만 남아있으면 된다. 크게 신경 쓸 사람도, 마음 가는 사람도 아닌, 그냥 바쁜 하루의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하지만 가벼운 미소 정도는 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백원은 너무 작고, 천원부터는 너무 크다. ‘왜 이 돈이 주머니에 남겨져 있지?’ ‘무슨 돈이지?’하며 불안해진다. 심지어 대형마트에서 백원을 넣고 카트를 쓰느냐 오백원을 넣느냐에 따라 카트 회수율과 정돈 상태가 달라진다고 한다. 아직 동전오백원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거슬리지는 않는 존재인 것 같다. 디지털 공상과학 사운드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함께 있으면, ‘기적’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던 사람, 이 <동전오백원> 카테고리의 글들은 그 한 명을 감동시키기 위해서 받쳐질 것이다. 10년이란 세월동안 내 마음 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 ―그 세월은 한 남자를 500원이라는 값어치로 흥정을 맺게 만들었지만 ― 그렇다. 바로 당신을 위한 글이다. 


앞으로 해적단 수컷들의 눈물겨운 구애 공세를 기대하시라. 당신은 그저 오백원 만큼의 미소만 지어주면 된다. 



* 작곡가 김태원씨는 작곡을 할 때 첫사랑을 떠올린다고 한다. 그 역시 이뤄지지 않은 아픈 사랑이다.

* 이글의 초안은 2009년 6월 여름날이다. 언젠가부터 한 코미디언이 “궁금하면 500원~”해서, 나의 동전오백원 프로젝트가 희화화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Written by 동전오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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