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6 20:34



“겨울이면 무엇이 생각나세요?” 이렇게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Wham의 ‘Last christmas’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대답할 것이다. 내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노래지만 내가 처음 들었을 땐 나의 첫 스무 살의 겨울이었다. 

내가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고 성인으로서 발돋움의 설렘과 겨울의 푸근함이 만나 한껏 들떠있던 때였다. 오는 눈만 봐도 두근거림에 밖을 뛰다닐 정도로 풋풋함이 남아있던 시절이었다. Last christmas를 처음 들었을 당시에도 그 풋풋함과 두근거림 그리고 설렘이 함께했다. 


눈 오던 스무 살 겨울. 내가 좋아하는 누나와 함께 탄 버스에서 난 누나의 이어폰을 통해 Last christmas를 들었다. 누나가 듣고 있던 이어폰 한쪽을 뺏어 내 귀에 꽂자 처음이지만 참으로 따듯한 멜로디가 나오고 있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지만 그래도 똑똑히 잘 들리는 단어는 ‘Last christmas’라는 단어. 고개를 돌려고 나는 누나에게 물었다. “아직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왜 캐럴을 듣고 있어?” 누나는 어린아이 달래듯 “이 노래는 캐럴이 아니고 팝송이란다.” 팝은커녕 국내 가요도 잘 안 듣던 나로선 크리스마스가 들어가니 당연히 캐럴인줄 알았던 것 같다. 


그 해 겨울. 그 사람과 난 연인이 됐고 함께 오고가는 버스 안에서 Last christmas를 함께 듣고는 했다. 지금 생각해도 스무 살 밖에 안 된 나로서는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첫 성인으로 맞는 겨울, 첫 여자 친구 그리고 첫눈. 하는 대부분이 처음이어서 인지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고 설랬다. 그리고 행복했다.

그 해 겨울이 끝날 때쯤 나는 그 사람과 이별을 했다. 수원 어딘가에 있는 커피숍에서 이별을 통보 받았다. “우리 그냥 누나 동생사이로 지냈으면 좋겠어.” 아이러니하게도 이별통보를 받은 그 커피숍에서도 Last christmas가 따뜻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악이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노래 나올 때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와 그 사람은 이별을 했다. 첫 이별인 만큼 많이도 아팠다. 죽을 만큼. 이별 후 나는 Last christmas를 듣지 않았다. 

다음 해 더운 여름날 나는 입대를 했다. 이별에 대한 홧김은 아니었지만 예정보다 빠른 입대였다. 입대 후 선임 절반 정도를 전역시켰을 때 쯤 Last christmas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겨울은 아니었지만 그 노래를 듣고 있자니 그리움에 잠시 먹먹했다.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인지 통칭 싸제의 겨울에 대한 그리움인지는 잘 몰랐지만 아무튼 노래엔 그리움이 가득했다.


상당히 선임이 된 후에도 나는 줄곧 Last christmas를 듣고는 했다. 잘 때도, 내무실에서 쉴 때도. 그러자 어느 날 한 후임이 내게 물었다. “겨울도 아닌데 왜 이렇게 캐럴을 들으십니까?” 나는 어린아이 달래듯 말했다. “이 노래는 캐럴이 아니고 팝송이란다.” 


예비역이 끝난 지금에도 내 이어폰에는 여지없이 Last christmas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 사람 이어폰에서 따사로이 흘러나왔던 멜로디처럼 올 해 겨울도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그 해 겨울처럼.


written by 선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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