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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딸, 손녀 그리고 헌 신 대학로 혜화로터리를 건너 한성대 입구 사거리에 접어들어 좌회전을 받으면 곧장 성북동 길로 이어진다. 사거리 주변에는 과일장수, 과자장수, 떡장수, 김밥장수 누구 할 거 없이 이런저런 상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님들과 흥정을 벌인다. 성북동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오면 오래된 철물점, 문방구, 사진관, 쌀집, 추어탕집이 보이고 그 뒤로 빽빽하게 살림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쪽저쪽에 고등학교, 중학교도 보인다. '서울에 아직도 이런 동네가 있나' 싶을 정도로 7080년대의 냄새가 폴폴나는 그런 동네라고나 할까. 암튼 와보면 '아 여기가 성북동이구나'라는 필이 딱 느껴진다. 중간 쯤 올라오면 큰 길가에 조그마한 구멍가게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매우 올드한 국수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앞 횡단보도을.. 더보기
초가을의 커피, 풍경 스케치 초가을에 접어들고 있는 10월의 첫째 주 일요일. 아침공기가 제법 쓸쓸해진데다가 창으로 내리쬐는 햇살도 한결 차분해졌다. 이글이글 아스팔트 기운에 맥을 추지 못하던 담쟁이들도 때를 만났다는 듯 슬그머니 잎새 끝에 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늦여름 태풍이 쓸고 간 하늘 판에는 푸른 물감만 잔뜩 뿌려져 있고, 실낱같은 흰 구름들은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히 지구 반대편으로 흘러가고 있다. 창밖 프레임 속 풍경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어느덧 1회용 플라스틱 잔에 얼음 꽉꽉 채운 아메리카노 보다는 하얀 머그잔에 따끈한 달콤 라떼 한잔을 내려 마시면서 몸 안의 생기를 북돋아 주고 싶어진다. 공기가 얼어붙고 태양빛이 멀어져 간다는 것은 그만큼 일상생활의 뜨거움도 한층 식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공연의 열기.. 더보기
스타벅스, 구직의 구천을 맴도는 자의 도피처 “야! 진짜 오래간만이다” 영풍문고 음반 코너에서 기웃대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로 어깨를 툭 친다. 돌아보니 노○○형이다. 안본 사이에 몰라보게 살이 빠진 모습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형과 나는 한 학년에 1반, 반 인원수 30명, 전교생을 합쳐도 180명이 채 되지 않는 사립학교 출신의 동문이다. 당시 방송매체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열린 교육 1세대’다. 형은 ○○국민학교 3회 졸업생, 나는 4회 졸업생이다. 조그마한 건물 한 채에 매일같이 오고가며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함께 생활해 온 까닭에 오늘처럼 서로 갈 길 가다 마추져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그런 정도라 보면 되겠다. 그리고 형과 나는 오랜 시간 같은 동네에 살면서 이곳저곳 골목길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