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쯤 친구 녀석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블랙데인데 짜장면 먹어야하지 않겠냐?” 블랙데이라고 해서 4월 14일 날 솔로인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고 한다. 언제부터 이런 것이 생겼는진 모르겠지만 솔로인지라 짜장면은 맛있게 먹었다. 


생각해보면 짜장면은 우리나라 음식도 아닌데 이런 기념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조금 이상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기에 이런 기념일도 생겼을 거란 생각이다.

짜장면이라 함은 채소와 고기를 넣고 기름과 춘장을 넣어 볶아서 만든 양념을 면과 비벼먹는 한국식 중화요리다. 중국에서 처음에서 만들어졌지만(중국에서는 작장면이라 불린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진 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원작보다 리메이크가 더 성공한 사례라고나 할까?


중국식 짜장면인 작장면은 우리식 짜장면과 다르게 단맛보다는 짭짤한 맛이 강해 춘장을 사용하기는 하나 많이 넣지 않는다고 한다. 최초의 한국식 짜장면은 1905년 인천에 거주하는 화교들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최초의 중화요리집인 ‘공화춘’에서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후 50년대 중반 춘장에 카라멜을 첨가하면서 지금의 우리 입맛에 맞는 짜장면이 탄생했는데 당시 정부에서 펼친 ‘분식장려운동’과 맞물린 짜장면은 급속도로 퍼지며 대표적 국민음식이 됐다.


짜장면의 가격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해갔다. 60년 초엔 15원, 70년도엔 200원, 80년도엔 500~700원, 90년도에 들어서 1,300원을 돌파했으며 90년도 말에는 2,000원을 기록, 현재에 들어서 4,500원 정도의 가격으로 인상됐다. 오랜 시간동안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한 끼 식사로는 가장 싼 음식일 것이다. 만원을 줘도 치킨 한 마리 제대로 시킬 수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 5천 원 정도의 돈으로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짜장면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동안 한편으로 매콤하고 속까지 확 풀리는 시원한 국물을 주무기로 한 짬뽕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짜장이냐? 시원하고 얼큰한 짬뽕이냐를 놓고 누구나 한번쯤은 심각히(?) 고민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 다음으로 고민되는 것이 짜장, 짬뽕 선택이었을까. 그래서 차후 사람들은 이 고민을 해결하고자 ‘짬짜면’, ‘짜볶면’ 등 두 가지 음식을 동식에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만들어 냈고 큰 인기를 끌었다.


짜장면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이 저렴한 가격과 맛뿐이었을까? 짜장면하면 짬뽕과 더불어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철가방이다. 즉, 배달이 가능했다는 건데 우리나라의 배달문화를 이끈 장본인이라고 봐도 무색할 정도로 음식 배달계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짜장면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았던 것도 이 철가방과 배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짜장면은 빨리 배달을 하지 않으면 면이 불어 맛이 떨어지는데 그 어떤 음식보다 빠른 배달을 요했고, 한국인의 급한 성질과도 잘 맞아 떨어져 대표적 국민음식이 된 것은 아닐까싶다. 



이제 수많은 먹거리의 풍요 속에서 짜장면은 전화만 하면 오는 가벼운 음식이겠지만 나의 어린 시절 짜장면은 졸업식이나 가족외식으로만 먹었던 분위기 있는 음식이었다. 지금은 다른 여러 음식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나에게 있어 짜장면은 귀하고 분위기 있는 음식임은 틀림없다. 더불어 치솟는 물가 속에서 여전히 저렴한 가격으로 남아준 짜장면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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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집 건너 볼 수 있는 것이 커피숍이자 카페다. 작은 동네인 우리 동네도 벌써 들어선 카페만 해도 4개나 된다. 언제부턴가 확실히 우리 생활 한자리 잡고 있는 것이 커피가 됐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커피라는 음료가 갑자기 우리나라에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집 찬장 같은 곳을 보면 병에 담겨있는 인스턴트커피가 있었고, 그 옆에는 항상 ‘프리마’가 함께 있었다. 티스푼으로 커피를 몇 숟갈 담고 프림을 넣고, 설탕도 넣어 물을 부어 마셨다. 프림은 우유 대신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가끔 프림만 물에 타 먹어도 고소하니 맛이 좋았다.



인스턴트커피는 오래전부터 가정집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예전 드라마를 보면 조금 있는 집에서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영상을 보면 갈색의 인스턴트커피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커피잔’에 마셨지 원두커피처럼 ‘머그잔’에 먹는 모습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 세상의 편리함도 인스턴트커피에 적용이 됐는데 그게 바로 ‘믹스커피’의 등장이었다. 믹스커피는 말 그대로 커피, 프림, 설탕이 믹스되어 있는 제품인데 윗부분을 살짝 뜯어 컵에 넣고 물을 넣으면 한번 저어주면 커피가 완성됐다. 인스턴트커피가 또 한 번의 가공을 통해 ‘믹스커피’라는 커피의 종류가 탄생한 것이다. 


믹스커피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많은 것이 변했다. 우선 다방의 쇠퇴다. 예전에 복덕방이라고 불리던 부동산을 보면 동네의 어르신들이 모여 장기나 바둑, 혹은 고스톱을 치시면 꼭 다방에서 커피를 배달시켰다. 그럼 다방에서는 끓인 물과 커피, 프림, 설탕을 보자기에 잘 싸서 배달을 왔다. “오빠! 오빠는 프림 몇 개?”라는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커피취향에 맞춰 그 자리에서 커피를 탔다. 소위 말하는 ‘다방커피’였다. 사실 복덕방에서 직접 인스턴트를 타도 맛은 똑같겠지만 사실 남자들에게 그것도 귀찮은 짓일 뿐이라 대게 시켜 마셨다. 아님 다른 목적(?)이 있었을 지도.



‘다방커피’라는 말은 나중에도 많이 쓰였다. “커피 어떻게 드릴까요?” “난 다방커피로 부탁해” 다방에서 커피를 시켜달라는 의미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뜻은 아니다. 다방커피의 의미는 커피와 프림, 설탕의 비율에 있는데 커피2, 프림3, 설탕3(숫자는 스푼의 개수)의 비율로 타는 것을 의미한다. 취향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다방커피라는 메뉴(?)는 확실히 존재했다. 


믹스커피가 등장하고 더 이상 커피를 배달시킬 필요가 없어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스푼으로 커피를 넣다 알갱이를 떨어트릴 이유도 없어지고 프림을 쏟을 염려도 없어졌다. 그저 물만 끓이면 커피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귀찮은 것을 지지리도 싫어하는 남자들도 커피를 탈 수 있게 됐다. 거기에 물 조절만 잘하면 모든 커피의 맛이 동일했다. 다른 목적이 있지 않고서야 비싸게 다방커피를 시킬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믹스커피의 등장으로 집에서는 더 이상 커피가 들어있던 유리병은 발견하기 힘들어졌다. 커피를 자주 먹는 집도 편리한 믹스커피를 두고 먹었지 번거로운 인스턴트커피와 프리마를 두진 않았다. 

믹스커피는 집안에서도 커피를 쉽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지만 믹스커피의 등장으로 큰 혜택 본 곳도 다름 아닌 현장직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아닐까 한다. 예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쉬는 시간이면 꼭 믹스커피를 마셨다. 




쉬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믹스커피 한잔 마실 시간은 충분했다. 만약 믹스커피가 없었다면 현장에서의 커피는 귀찮아서라도 먹지 않았을 거 같다. 물론 커피가 좋아 번거로운 걸 감수하고 먹는 사람도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믹스커피는 장소, 시간의 제안을 줄였다. 언제 어디든 컵과 물만 있으면 먹을 수 있게 됐고, 더불어 티스푼도 필요 없었다. 그냥 커피 넣고 남은 봉지로 휘휘 저으면 그만이다. 


비위생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씻지 않고 내버려둔 티스푼보단 위생적이다. 나는 집에서도 설거지 귀찮아 봉지로 저을 때도 있는데 이것도 나름 믹스커피가 생기면서 생긴 재미있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믹스커피는 나이, 성별, 국적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믹스커피를 한번 맛본 외국인은 극찬을 날렸고, 머리가 백발이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즐겨 마신다. 한편으로 믹스커피는 우리나라의 커피 대중화를 이룩한 일등공신이 아니었을까? 믹스커피 없이 원두커피와 커피숍이 우리에게 왔다면 이를 받아들이고 대중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렸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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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01 15:12 신고

    4월에도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우리나라 식탁엔 반드시 젓가락이 올라야 한다. 포크도 아닌 젓가락이어야 하는데 유치원 다는 아이들에게도 젓가락을 가르칠 정도면 우리나라 식사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꾀나 큰 것 같다. 

일본과 한국의 도시락문화 발달에 한 영향도 젓가락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 젓가락은 도시락에 담기 편하다. 포크나 나이프처럼 덩치가 큰 것도 아니고 굴곡진 것도 아니다. 그냥 밥 위에 놓아도 있는 듯 없는 듯하다. 


더불어 젓가락은 나무로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먹고 그냥 버리고 올 수 있다는 소린데 작은 반찬용기 안 반찬들 집어 먹기에도 편하다. 지금에서야 플라스틱 나이프와 포크도 있다 치지만 옛날엔 생각지도 못할 부분이었다.

사실 젓가락 하나만 있어도 잘 사용하는 사람은 잘라 먹을 거 다 잘라먹고 밥도 먹을 수 있다. 나이프와는 범용성의 크기가 다르다. 군용숟가락이라고 해서 숟가락과 포크가 하나로 되어 있는 포크숟가락을 어렸을 땐 많이 이용했지만 나이 먹고는 이것도 영 불편하다. 군대에서는 젓가락을 사용할 수 없는데 진짜 불편했다. 젓가락의 편리함을 몸소 느낀 셈이다. 


어릴 적 젓가락 사용은 두뇌개발에도 좋다고 하니 젓가락은 두루두루 좋은 아이템인 셈이다. 자, 오늘 소개할 도시락은 GS25 김혜자 도시락 중 하나인 ‘등심 돈까스 도시락’이다. 가격은 3천원으로 적정수준의 가격이다. 우선 바쁜 이들을 위한 세줄 요약 들어간다.


+세줄 요약+

돈까스, 카레, 볶음 김치로 구성. 김혜자 도시락답게 밥의 상태는 양호하다. 이름답게 돈까스를 주력으로 내놓은 도시락이라 돈까스의 비율이 큰 편.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의 단점 중 하나인 바삭함은 부족하다. 카레도 수분이 많이 부족한 편. 여러모로 아쉬운 도시락.

*별점 : ★





GS25 등심 돈까스 도시락

이 도시락은 국민 대다수가 좋아하는 돈까스를 주력으로 내세운 도시락이다. 돈까스는 남녀노소 싫어하는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로 대중적 음식이다. 이를 주력으로 내세운 도시락인 만큼 대중성은 크다. 

살펴보자면 돈까스 다섯 조각, 카레, 볶음 김치로 구성되어 있다. 돈까스를 주력으로 하나 양은 사실 부족한 편이다. 이를 대응으로 밥과 먹을 수 있는 카레가 들어있으며 모든 반찬에 상성이 좋은 볶음김치가 들어있다.

돈까스를 이름을 내세운 만큼 돈까스의 두께는 합격점이다. 생각보다 두껍다. 일반적으로 분식집에서 먹는 돈까스와 비슷하거나 조금 두껍다. 확실히 튀김옷이 감싸고 있는 내용물(고기부분)의 씹는 맛이 있다. 데리야끼 소스와의 궁합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단점도 돈까스다. 



일단 비율에 있어서 이름은 돈까스 도시락이라지만 사실 돈까스보다 나중엔 카레에 의존도가 높다. 쉽게 말해 돈까스가 적다. 어렸을 적 어머니는 돈까스를 반찬으로 많이 싸주시고는 했는데 미리 고기를 사와 빵가루에 묻혀서 미리 냉동실에 얼려 놓고 도시락 반찬으로 해주셨다. 그리곤 돈까스를 가장 큰 반찬 통에 싸주셨다. 왜? 돈까스가 주력이었기 때문이다. 


분식집 가서 돈까스를 먹어보자. 그럼 어떻게 나오는 가? 밥은 한 수쿱 정도 나오고 돈까스가 80%를 차지한다. 식사를 마쳤을 때 밥은 위의 20%만 채워야 한다. 나머지는 돈까스가 채워야 ‘돈까스’라는 이름으로 음식을 내 놓을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이 도시락은 ‘돈까스’를 이름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돈까스보다 카레에 의존도가 높다. 차라리 ‘돈까스와 카레 도시락’이라면 좋았을 것 같다. 


카레도 보면 퍼석퍼석하다. 거기에 도시락에 뭉쳐 들어있어 전자레인지에 전체적으로 데워지지 않는다. 즉, 어느 부분은 따뜻하고, 어떤 부분은 차갑다. 예전부터 말했지만 그렇다고 더 돌리면 돈까스가 눅눅해진다. 


카레의 식감도 좋은 편이 아니다. 아무래도 카레라면 수분이 있어 밥에 비벼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잘못하면 흐를 수 있고 옆 반찬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수분을 줄인 것이겠지만 그렇기에 맛이 없다.


레토르트 식품의 한계이겠지만 들어있는 카레로 밥을 비벼먹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그저 밥 위에 올려놓고 같이 먹는 상태다. 식감도 좋지 못한데 퍼석퍼석한 것이 흡사 깎아 논지 오래된 사과 같다. 


이 도시락엔 젓가락이 아닌 포크숟가락이 들어있는데 이것도 사실 좀 불편하다. 돈까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번 베어 먹게 되는데 숟가락으로 찍어 베어 먹고 나면 돈까스가 그대로 숟가락에 붙어있다. 그럼 숟가락에 돈까스가 붙어 있기 때문에 김치를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입으로 물어 돈까스를 내려놓고 먹어야한다. 아니면 그냥 돈까스를 한 번에 다 먹는 수밖엔 없다.

왜 젓가락이 없고 포크숟가락이 들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카레 때문이라는 추측이 들지만 이 도시락에 들어 있는 카레는 젓가락으로도 충분이 집을 수 있다. 그만큼 퍽퍽하다. 





이름답지 않게 많은 것이 부족한 도시락이다. 아무래도 ‘돈까스’라는 이름의 기대치가 높다보니 더 그럴 수 있겠지만 세세한 정성이 부족하다. 도시락은 정성인데 말이다. 

돈까스는 최고의 반찬이다. 손도 많이 안가고 맛도 좋다. 케찹에 먹어도, 데리야끼 소스에 먹어도 맛이 좋다. 이보다 상성이 좋은 음식은 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돈까스를 추억으로 말한다. 좋든 나쁘든 말이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도시락이다.


Tip. 밥과 함께 비벼 먹을 수 있는 카레나 짜장이 들어있는 도시락은 피하는 게 좋다. 대게 도시락에서는 수분을 제거한 상태기에 식감이 떨어진다. 그리고 주력반찬의 대응할 만한 것이 있다는 것은 반찬의 양이 적다는 소리다. 즉, 재수 없으면 나중에 맨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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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의 가장 발달한 나라는 아마 일본일 것이다. 이유를 조금 살펴보자면 아마 혼자 밥 먹는 문화가 발달해서가 아닌가 싶다. 예전 일본에 갔을 때 느낀 점 중 하나지만 식당에도 혼자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다. 술도 마찬가지고 혼자 무엇인가를 하는 문화가 상당히 발달했다. 함께하는 것을 즐겨하는 순수혈통의 한국인으로서 조금 의아한 부분이었다. 


시간이 지나 우리나라도 조금씩 혼자 생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마 편의점 도시락이 생기고 가장 좋아했을 사람은 기러기 아빠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집에 들어가며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 챙겨 레인지에 돌린 후 가볍게 맥주와 티비를 함께 하면 잠시 적적함도 달랠 수 있으니 말이다. 자취생 역시 맨날 먹는 라면에서 따뜻한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은 최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혼자 밥 먹어야 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고 혼자지내는 사람이 많아졌음을 말한다. 그 덕에 다양한 도시락이 생겼지만 한 구석 조금 쓸쓸한 기분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자, 진중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하고 오늘 소개할 도시락은 CU의 ‘제육볶음 정식 도시락’이다. 일단 가격부터 공개하자면 2천 5백 원으로 편의점 도시락의 보편적인 가격이다. 우선 바쁜 사람들을 위한 세줄 요약부터 들어간다. 


+세줄 요약+

최근에 먹었던 도시락 중 밥의 상태가 가장 양호한 편. 제육볶음과 함께 들어있는 여러 반찬 모두 괜찮은 편. 거기에 젓가락과 함께 김이 들어있어 생각보다 많은 다양한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다. 2천 5백 원으로 보통 수준의 가격. 큰 특징 없으나 단점 없는 도시락. 

*별점 : ★★★☆☆





CU 제육볶음 정식 도시락

이 도시락은 이름 그대로 한국인 중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까 싶을 정도로 보편적인 음식인 제육볶음을 메인으로 하는 도시락이다. 아마 불고기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육볶음이 반찬이니 사람들의 관심 끄는 덴 성공이라 본다. 


구성을 보자면 우선 메인 반찬인 제육볶음, 계란말이 두 개, 볶음김치, 마늘종 볶음 그리고 김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김이 들어 있는 점에서 일단 나는 만족했는데 예전 어릴 적 집에서 도시락을 싸주실 때 꼭 김을 넣어주셨다. 그래서 왠지 도시락하면 김과 함께 먹던 게 생각난다. 잠시 설명했지만 이 도시락의 밥 상태는 굉장히 좋다. 고실고실한 게 편의점 도시락 중엔 상위에 속한다. 그 밥에 김을 얻어 젓가락으로 밥과 함께 살짝 집어 입에 넣었을 때 김의 바삭함과 밥의 부드러움은 최고의 조합이다.


대부분 도시락에 들어 있는 김의 양은 10장 정도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밥이 맛있기만 하다면 김만 있으면 한 끼는 충분하다. 하지만 밥이 별로면 김까지 맛이 없어진다. 김은 확실히 좋은 밥반찬이긴 하나 밥에 좌우되는 식품이다.


김은 영양소도 많다. 편의점에서 파는 레토르트 식품이라고는 하나 김의 영양소는 레알이다. 이 제육볶음 도시락에는 김이 들어있다. 그 점만을 생각해서라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도시락이다. 


마늘종 볶음의 식감은 상당히 좋다. 눅눅하게 씹히지 않고 오독오독하게 씹히는 게 확실히 식감이 좋다. 거기에 함께 들어있는 버섯도 눅눅하지 않고 쫄깃함을 유지하고 있다. 계란말이도 비슷하다. 



계란말이의 포인트는 바로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함이라 할 수 있다. 도시락에 표기된 대로 1분 30초 레인지에 돌렸을 때 계란말이의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차가운 감도 있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돌렸을 땐 계란말이가 오히려 퍽퍽해 질 수 있다. 차라리 조금 차가운 계란말이가 좋은 선택이다. 


계란말이는 두 개지만 나름 젓가락으로 나눠 보면 여러 조각으로 나눌 수 있다. 한 덩어리 당 3개 정도로 나눌 수 있다.(더 나눌 수 있지만 너무 많이 나누면 식감이 떨어진다) 아니면 입으로 두 번에 나눠 베어 먹는 것도 방법도 괜찮다. 


메인 메뉴인 제육볶음도 양이 조금 적은 감이 있지만 식감을 위해 도톰하게 하려 한 노력이 보인다. 이 도시락의 전체적으로 칭찬할 점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반찬에 수분 유지가 잘되어 있다. 제육볶음 역시 씹었을 때 양념에 베어 나오는 감이 좋다. 건더기를 다 먹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양의 국물이 이를 입증하는데 나중에 반찬을 다 먹어도 여기에 밥을 비벼 먹어도 괜찮을 거 같다. 


이 도시락은 전체적으로 단점이 없는 도시락이다. 전체적으로 수분유지가 잘 되어 있는 편이고 식감이 살아있다. 단점을 굳이 찾자면 남자가 먹기에 전체적으로 양이 부족할 수 있다 정도?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장점일 수도 있다. 채소와 육류의 배합도 적절하다. 거기에 김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제육볶음을 밥 위에 얹고 김을 봉지체로 비벼 조각내고 그 위에 뿌려 같이 비벼 먹어도 괜찮을 거 같다. 단지 숟가락이 없어 조금 불편하겠지만 그 맛은 생각보다 괜찮을 거 같다.





누군가에게 도시락을 싸 줄 때 김을 넣어준다는 것은 상당히 상대방을 배려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깟 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배번 도시락에 김을 넣어준다는 것은 세심한 배려와 정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혹시 누군가에게 도시락을 싸줄 일이 있다면 꼭 한번 김을 함께 넣어 보도록 하자. 작지만 큰마음을 느낄 수 있다.


Tip. 편의점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돌릴 때 도시락에 표시되어 있는 시간을 지키는 게 좋다. 혹시 차가울까 더 돌렸을 때 음식이 퍽퍽해지거나 식감이 변하는 경우도 있고 용기가 대부분 플라스틱이라 오래 돌려야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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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08 10:10 신고

    잘보고 갑니다.행복한 명절,추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은 바야흐로 편의점 도시락의 전성시대다. 정확히는 편의점의 전성시대가 맞는 말이지만 편의점의 수가 많아서 그런 것도 있고 언제부턴가 편의점에는 없는 게 없다. 택배, 버스카드 충전 등 다양한 업무도 볼 수 있는데 그와 함께 다양한 먹거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그중 다양한 편의점도시락은 고물가 시대에 대충 한 끼 때우기에 정말 편리한 음식이다.(그래서 편의점인가보다)


전편에 이어 오늘 소개할 도시락은 ‘추억의 도시락’이다. GS25시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시락이며 2천2백 원이라는 상당히 파격적인 가격으로 눈길을 끄는 도시락이다.

바쁜 이들을 위한 세줄 요약에 들어간다. ‘추억의 도시락’은 햄과 계란프라이, 볶음김치로 구성되어있으며 잘 자르고 섞어 먹으면 괜찮은 식감이다. 그러나 조금 질긴 햄과 계란 때문에 자르기가 쉽지 않고 섞었을 때 밥알이 너무 덩어리지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성격이 급하거나 바쁜 사람들에게는 비추천이다. 




추억의 도시락


이 도시락은 이름 그대로 옛날 추억의 도시락을 표방한 편의점 도시락이다. 추억의 도시락은 술집에서 간혹 볼 수 있는데 금색 양은 도시락 통에 햄(분홍 소시지이 정석이다), 볶음 김치, 계란프라이가 들어 있는 도시락이다. 주로 이 도시락은 계란과 햄을 먹기 좋게 자른 후 다시 뚜껑을 덮어 잘 흔들면 멋지게 비벼진다. 나름 흔드는 맛에 종종 술자리에서 먹기도 한다. 이 추억의 도시락을 편의점 스타일로 나온 것이 GS25시의 ‘추억의 도시락’이다. 


구성물을 살펴보면 방금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밥 위에 계란프라이와 볶음 김치 그리고 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토마토케첩과 플라스틱 숟가락이 첨부되어 있다. 


뚜껑에 명시되어 있는 시간에 따라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 내용과 내용물들을 잘 자른 후 시식했을 때 조금 싱거운 맛도 있지만 괜찮을 식감을 가지고 있다.(사실 조금 귀찮아 대충 비빈감이 있다) 이 도시락은 모든 반찬과 밥을 비벼먹기 때문에 반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반찬 없이도 밥을 잘 먹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반찬이 꼭 있어야 한다는 사람도 비비지 않고 함께 동봉되어 있는 케첩을 햄이나 계란에 뿌려 따로국밥 식으로 먹어도 괜찮다. 단, 따로 먹는다면 반찬의 종류나 양이 적을 수 있어 유의해야한다. 더불어 이 도시락에는 젓가락이 없다. 한마디로 흔들어서 비벼 먹으란 소리다. 따로 먹을 때 반찬들을 숟가락으로 잘라 먹던가 아니면 숟가락으로 잘 들어 입으로 베어 먹어야 한다.(숟가락으로 잘라 먹으려했으나 잘 안 잘린다)



사실 비빔류의 밥의 경우 어느 정도의 맛의 보장이 가능하다. 원래 맛이 보장되지 않은 음식점에서 주문이 곤란할 때 비빔밥을 시키면 최소한은 보장되는 것처럼 말이다. 편의점 도시락도 마찬가지다. “와! 엄청 맛있다”하는 감탄사는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는 편이다. 


추억의 도시락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나 편리성에서 조금 떨어진 면이 있다. 우선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추억의 도시락은 흔들어서 비벼 먹는 재미가 있는 도시락이다. 근데 우선 들어있는 숟가락이 플라스틱이다. 거기에 용기도 플라스틱이다. 숟가락과 도시락 바닥을 이용해서 계란을 잘라야 하는데 이게 영 쉽지 않다. 아무래도 용기가 플라스틱이다 보니 물렁물렁해 계란이 잘 안 잘린다. 그래도 계란은 양반이다.


햄을 자르기 시작하면 고생은 그때부터다. 두껍지도 않은 햄이 생각보다 질겨 잘 안 잘린다. 조금 힘주어 자르다보면 밥을 흘릴 때도 있다. 그렇다보니 귀찮은 거 싫은 남자들은 그냥 대충 잘라 먹으니 섞을 때 잘 섞일 리가 없다.(우선 내가 그렇다) 섞을 때도 약간 불안한 용기(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말랑말랑해져 더 그렇다) 때문에 뚜껑을 닫고 흔들 수 가 없다. 잘못하다가는 김칫국물이 옷을 화려하게 수놓을지도 모른다. 이것을 염려해 숟가락으로 섞으려 해도 숟가락이 플라스틱이라 섞기가 굉장히 힘들다.(밥을 많이 들면 숟가락이 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충 비비게 된다. 그러면 맛이 떨어진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



햄도 보면 엄청 얇다. 개인적으로 도시락의 꽃은 돈까스와 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얇은 햄이라니? 차라리 분홍소시지 3개를 넣는 게 좋은 거 같다. 많게 보이려고 얇고 넓은 햄을 넣는 건 도시락에 대한 모욕이다.


햄이 얇다 보니 먹었을 때 햄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무슨 가죽 씹는 느낌이다. 웬만큼의 두께만 됐어도 그렇게 자를 때 힘들지 않았을 거다. 동봉되어 있는 케첩의 경우도 흔들어 먹었을 때는 거의 쓸모가 없다. 


그냥 다 먹은 용기와 함께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 뿌려 먹기에는 양이 적고 찍어 먹기에는 젓갈이 없어 찍어 먹기가 힘들다. 케첩의 머리를 굴려도 효율은 떨어진다.


이 도시락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 도시락이 2천2백 원인 것을 감안한다면 가격대 효율은 괜찮은 편이다. 반찬걱정 없이 편히 먹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2천2백 원 정도의 밖에는 안 되는 도시락이다. 먹을수록 조금의 아쉬움이 들어나는 도시락이지만 가끔씩 한 번씩 가볍게 먹을 수 있어 좋다.

본인이 급하지 않고 차분한 성격이라면 옛날 추억을 생각하며 흔들어 먹는 이 도시락은 추천, 급한 성격에 귀찮은 것은 싫다는 사람에게는 비추천인 도시락이다.


Tip. 도시락은 젓가락이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편의점 도시락의 숟가락은 대부분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반찬을 잘라 먹는 것이 힘들다. 아니면 편의점 도시락을 먹을 때 편의점에 비치되어 있는 나무젓가락을 가져오는 것도 괜찮은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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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이라는 말이 번지기 시작하던 무렵에도 난 커피 마실 줄을 몰랐다. 동네 서점이 있던 자리에 커피전문점이 들어서고 플라스틱 컵을 든 사람들이 길거리를 장악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커피를 먹기 시작한 듯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커피전문점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반강제로 들어간 커피전문점의 방대한 메뉴들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도 결국엔 아이스초코나 핫초코를 주문하곤 했으니까. 나는 거의 최근까지도 커피와 카페와 친하지 않았다.

 

백수가 마음 편히 내 일(?)을 할 공간이란 많지 않다. 이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무렵 나는 카페를 빈번히 드나들고 있었다. 자주 가던 밥집이 카페로 변해버려 점심메뉴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무렵이기도 하다.

 

요새는 장난스레 '카페 메이트'라고 부르는 친구와 카페 구석에 쳐박혀 온종일 글을 쓴다. 그러다가 한참동안 영화, 드라마, 소설을 이야기 하곤 한다.

 

문득 카페가 문학과 예술, 철학을 품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고흐,보들레르, 랭보, 헤밍웨이가 활약한 파리의 카페까지 갈 것도 없이 이상, 이태준, 이효석, 박태원들의 아지트도 카페였다. 자유, 열정, 화려함 속의 사람들. 내가 누군가의 환생이라는 환상을 품어본다. 달콤한 꿈은 오래가지 않는다. 현실로 돌아온 나에게 밀려오는 건 권태다.

 

자유와 권태의 중간쯤, 이것이 커피와 카페를 사귀며 얻은 것이다.

 

여기 카페를 방황하는 한 청춘이 또 있다. (또하나의 카페 풍경이 궁금하다면, 스타벅스, 구직의 구천을 맴도는 자의 도피처)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같은 대상에 대한 타인의 생각을 아는 일이다. 흥미로움을 더하기 위해 출처를 밝히는 것은 잠시 미룰 것이다.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며 읽어보기를 권한다. 혼란을 주기 위해 약간의 트릭을 썼다는 것을 밝혀둔다.

 

 

 

자유인의 애수의 항구, 한 카페 자유인의 체험기, 그 첫번째

 

현대인의 카페 취미는 담배 하나 피우기 위한 휴게소로 또는 친구나 혹은 용건이 있는 사람을 잠시 기다리는 대합실 정도로 이용된다. 공리적 일면이 있는 이런 분들께는 좋은 홍차나 커피나 또는 좋은 음악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카페의 세속화라고나 할까? 이런 종류의 카페는 서울로 치면 '명과'나 '금강산'에서 종로의 '올림피아', '아세아'가 이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카페의 존재 또는 의의로 본다면 이렇게 순전히 세속적 공리성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른바 카페 취미, 카페 풍류란 일종 현대인의 향락적 사교 장소라는 대 공통의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다.

 

가령 한 친구(또는 2~3사람)와 더불어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문학, 예술, 세상의 기이한 사실, 더 나아가 인생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이러한 곳을 선택하는 고급된 카페 애용가도 있을 것이요. 사랑하는 한 이성과 고상한 이야기를 하며 애정의 분위기에 잠기려는 세상의 많은 로맨티스트들도 있을 것이요. 최근과 같이 음악과 영화에 대한 열기가 극도로 팽배한 세대에 있어서는 음악을 듣기 위하여 또는 영화의 세계를 찾아 이 카페를 일종의 공동 아지트로 해서 기분좋고 자유롭게 모여들기도 한다.

 

여기 서울 시내에 산재해 있는 카페 분포도를 그려보자. 그리고 이 분포도 위에 배치된 지리적 방위와 그 카페 카페가 가지는 독자적인 카페의 개성과 공통성을 염두에 상기하라. 지역적으로 보아 명동 일대가 서울 다방의 총 본영인 감이 있다. 이른바 서울의 카페 거리이다. 이중에서 카페 탐방객이 어느 집 입구를 들어서면 거기에는 공통된 카페 분위기-일종의 카페 체취-를 느끼리라.

 

남쪽 바다의 열대 식물이 있고, 베토벤의 데쓰마스크와 2~3인의 카페 알바녀 또는 알바남과 가급적 좁은 지면을 실용적으로 이용하여 벌여진 테이블과 의자, 소란한 레코드, 여기저기 널려 있는 그날 그날의 신문과 닳은 그달 그달의 취미 잡지, 영화 잡지, 커텐, 몇 개의 그림, 조각상, 탁상 전등 등 그리고 자욱한 담배 연기와 몇 개의 독립된 대사의 교착, 창백한 인텔리급의 청춘 남녀의 분산된 진영 등.

 

그러나 이 공통된 분위기 속에 반영된 세상의 모습이란? 또 그들의 이 순간적 향락 심리란? 계절을 따라 외부 경계의 변화에 따라 지극히 완만하게 때로는 발작적으로 변모되어 간다. 그리하여 자아의 미미한 형상만을 안고 다니는 카페객의 멸렬된 세계에도 하나의 공통된 심적 현상을 환기할 수 있으니, 가령 겨울에서 갑자기 밝은 봄 햇볕의 총애를 받은 그들이라면 그들은 일제히 경쾌한 보조와 명랑한 미소의 얼굴로 습관적인 그 걸음이 어느 카페 한 집을 찾아들어 가벼운 멜로디에 춤의 한 스텝을 사랑할 것도 같다.

 

이 신경적 외부 세계의 감촉이 이제 멀지 아니하여 우리에게도 이르른 듯 싶다. 명명하여 '춘삼월 카페 정조'란 제목이 나에게 제시된 것도 이러한 곳에 연유한 것이리라. 외투가 무거워지고 스프링코트가 생각나는 때, 오히려 처녀들은 단색의 외투나 코트 속에 간직했던 선명한 색채와 단아한 의상을 거리에 해방하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수선화는 시들어 늙었고 커피는 너무나 둔탁한 듯, 향기로운 홍차의 부드러운 김이 웃음 띈 그들의 얼굴과 더불어 하나의 명랑한 노래를 짜낸다.

 

말소리가 가볍고 몸의 율동이 생생하고 탄력성이 있어 봄의 향욕과 꿈과 희망을 품은 흰 구름이 그들의 담배연기와 같이 한 공간 속에 가득 찬다. 어디서 카나리아의 봄하늘을 그리는 노래도 있을 듯, 창을 열면 아코디언의 애수 품은 자유인의 한 전율이 들릴 것도 같으나 불행히 여기는 파리의 뒷골목이 아님에 이런 살 속에 숨어드는 예술적 향취를 찾을 바가 없다.

 

 

 

 * 1938년 5월 1일, 삼천리 제10권 제5호에 실린 이헌구의 「보헤미앙」의 哀愁의 港口, 一茶房 보헤미앙의 手記라는 글입니다.

* 한자어와 옛투의 글을 최대한 읽기 쉽게 바꾸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원래 의미와 상이한 부분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문이 궁금한 이는 http://db.history.go.kr/url.jsp?ID=ma_16_10_05_0460로 가보세요.

* 원래는 '카페'가 아닌 '다방'이라는 단어가 쓰였어요. 수월한 감정의 이입을 위한 것이니 양해바랍니다. 이 시절 글을 읽어보면 '카페'는 술집에 가까워보입니다.

* 어디에서 눈치채셨나요? 70년 전의 카페풍경이 흥미롭지 않았나요? 이 글의 뒷부분은 빠른 시일 내로 소개할게요. 기다리지 못하시는 분은 위의 링크로 가보시고요.

 

written by 모던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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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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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당히 도시락을 좋아하는 편이다. 도시락이 음식의 한 종류가 아니니 정확히 하자면 도시락에 담긴 음식을 좋아한다. 학창시절엔 매일 먹던 도시락이었는데 학창시절이 지나니 도시락은 먹기 힘든 음식이 됐다. 소풍을 갈 일도 없어졌고 특별히 도시락을 쌀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에서 먹을 도시락을 쌀 수도 있지만 나이 살이나 먹은 아들녀석이 어머니에게 도시락을 싸달라기엔 너무 민폐고 내가 일찍 일어나 싸기에는 그리 부지런한 성격이 아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도시락은 먹기 힘든 음식이 됐다.


언제부터였을까? 편의점에 서서히 도시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일본의 편의점 도시락이 항상 부러웠는데 이젠 우리나라에도 도시락이 들어온다니 기대감에 하나 둘씩 먹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편의점 도시락은 다 먹어 본거 같다. 이제는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도시락이 진열되어 있는 곳에 들러 어슬렁거릴 때도 있다.


우리나라 편의점 수가 많은 만큼 도시락 종류도 많이 생겨났다. 일단 대부분의 가격은 2천원에서 4천원 수준이라 한끼 대충 때우기는 괜찮은 가격이다. 지금부터 먹었던 도시락 중 기억나는 몇 가지를 설명하려 한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으로.



닭갈비와 모듬튀김 도시락

최근에 먹었던 도시락 중 하나인데 일단 회사에서 야근하다 먹은 도시락이다. 편의점에서 이 도시락을 봤을 땐 사실 별로 땡기지 않았다. 아무리 편의점 레토르트 음식이라 해도 좀 먹음직 스러워야 하는데 좀 그런 편이 못됐다. 

우선 내용물을 살펴보면 닭갈비와 생선까스, 치즈 소시지 2개, 정체를 알 수 없는 돈까스(뚜껑에 따르면 새우가 통째로 든 패티라고 한다) 반쪽, 피클, 타르타르 소스로 구성되어 있다.


뭐 텍스트로만 보면 그럴 사 하다. 근데 근래에 먹었던 도시락 중에 가장 별로였다. 우선 편의점 도시락은 레토르트 식품이라 전자레인지에 돌려야 한다. 근데 튀김류가 전자레인지에 돌고 나면 눅눅해진다. 밥에서 나오는 수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눅눅해진다. 


튀김의 생명은 나름 바삭함이라 느끼기 때문에 일단 눅눅해진 튀김은 식감을 떨어뜨리기 딱이다. 그렇다 보니 생선까스는 바삭하게 씹히는 느낌 없이 그냥 삶은 감자를 먹는 느낌과 비슷하다. 반쪽 들어 있는 패티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나마 소시지는 먹을 만한 상태지만 고작 2개라 들어있어 반찬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다음으로 닭갈비. 사실 먹을 때 닭갈비인지도 몰랐다. 그냥 제육볶음 인줄 알았는데 뚜껑에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닭갈비라고 써 있어 알았다. 근데 이건 양이 문제다. 진짜 이렇게 조금 넣어 줄 바에는 차라리 없는 게 나을 정도다. 한 젓가락이면 끝이다.


이 도시락의 가장 큰 문제는 밥이다. 밥이 우선 떡졌다. 뚜껑에 써 있는 시간만큼 전자레인지에 돌렸는데도 불구하고 떡졌다. 나무 젓가락으로 찔러서 들면 들릴 정도로 떡졌다. 떡진 밥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욕 나온다. 뭐 편의점 도시락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도 들지만 이건 좀 심한 편이다.(뭐 내가 샀을 때만 그랬다면 할말 없다)


이 도시락에 또 하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생선까스의 소스인 '타르타르 소스'다. 왜 비좁은 도시락 안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소스(불고기나 마요네즈 뭐 이런 것들)처럼 그냥 뿌려서 먹게 할 수는 없던 걸까?(기술력의 문제라면 할말 없다) 차라리 그 자리에 김치라도 넣어줬다면 튀김류의 느낌함을 조금이나마 줄여줬을 거다. 거기다 도시락은 전자레인지에 한번 돌리고 먹기 때문에 타르타르소스는 수분이 날라가 퍽퍽해진다. 생선까스로 찍으려 해도 수분이 날라간 타르타르 소스는 생선까스로 찍어 먹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피클도 마찬가지다. 차갑게 먹어야 할 피클이 전자레인지에 데워져 따뜻하다. 그래서 도시락엔 따듯하게도, 차갑게 먹어도 맛이 떨어지지 않는 볶음김치가 많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 도시락의 최종적으로 평가는 '튀김을 좋아하는 사람은 선택해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로 말할 수 있다. 가격도 3600원으로 다른 도시락에 비해 약간 비싼 정도인데 내용은 좀 부실하다. 거기에 밥의 식감이나 튀김의 식감은 대체로 떨어진다. 밥만 많고 반찬은 좀 적은 유형이다.


[Tip] 여기서 편의점 도시락 선택의 팁을 말하자면 튀김류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위에서도 말한 것 처럼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나면 대부분의 튀김은 눅눅해진다. 튀김이나 까스류보다는 함박이나 햄버거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김혜자 떡갈비 도시락

김혜자 도시락은 시중에 많이 퍼져있는 편의점 도시락이라 볼 수 있다. 국민엄마 김혜자를 타이틀로 걸고 도시락을 내놓으니 어쩌면 최고의 마케팅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엄마가 해주는 도시락이 최고이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김혜자 도시락류는 대부분 가격도 그렇고 맛도 괜찮은 편에 속한다.

이번에 처음 먹어 본 떡갈비 도시락은 떡갈비라는 이름이 들어간 만큼 떡갈비와 감자튀김, 볶음 김치와 볶음고추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도시락의 경우 칭찬할 만한 게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나면 밥이 고실고실한 게 생각보다 괜찮다는 점이다. 일단 밥이 괜찮으니 오십은 먹고 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떡갈비 도시락의 경우 커다란 떡갈비를 자를 수 있게 플라스틱 칼도 들어있어 잘라 먹을 수 있는데 사실 남자의 경우 안 잘라 먹는 게 오히려 편할 수 있다.(도시락이 크지 않으니 자르기가 좀 곤란하다)


주 메뉴인 떡갈비는 실제로 안에 떡이 들어 있다.(그 떡갈비가 아닐텐데) 그래서 씹다 보면 떡의 식감이 함께 느껴지는데 맛은 괜찮다. 약간 느끼할 수도 있지만 볶음 김치와 같이 먹으면 괜찮지만 김치의 양은 많지 않기 때문에 아껴먹어야 한다. 그리고 볶음 고추장의 경우 혹여 반찬이 다 떨어질 경우 대충 밥에 비벼 먹을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하면 생각보다 괜찮다. 사실 숟가락이 없어 비벼 먹기보단 그냥 찍어 먹는 수준이다.

김혜자 도시락은 전체적으로 가격이 착한데 이 떡갈비 도시락도 3천원이다. 위에 설명한 모듬튀김 도시락이 3천 600원인데 비해 가격도 싸고 맛도 괜찮은 편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주 메뉴인 떡갈비에 많은 비율이 치중되어 있어 도시락의 여러 반찬을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그리고 떡갈비와 밥의 잘 맞춰 먹지 않으면 나중에 밥이랑 고추장만 찍어 먹을 상황이 초래할 수 있다. 

고추장도 나중에 반찬이 없을 때 빼고는 딱히 먹을만한 조화가 나오지 않는 것도 아쉽다. 반찬을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피해야 할 도시락이고 함박류의 도시락이나 하나의 반찬으로도 밥을 잘 먹는 사람에겐 추천할 만한 도시락이다.


[Tip] 김혜자 도시락은 대부분 가격도 싸고 맛도 보통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무엇을 고를지 모르겠다면 김혜자 도시락을 한 번 먹어 보는 것도 괜찮다.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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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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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3 04:28 신고

    떡갈비 이거 읽고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사서먹었어요 맛있네요 ㅋㅋㅋㅋ

  2. 2013.02.23 04:28 신고

    떡갈비 이거 읽고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사서먹었어요 맛있네요 ㅋㅋㅋㅋ



우리나라는 믹스커피와 친한듯하다. 작은 식당을 가더라도 식당입구 앞에는 공짜 커피자판기가 있기 때문이다. 밥 먹고 커피한잔은 식후 땡이란 말을 할 정도다.


한번은 중국에 갔더니 한국 사람들을 위해 믹스커피를 천원에 팔고 있었다. 습관이 무섭다고 밥 먹고 ‘식후 땡’을 위해 천원을 지불해서라도 커피를 마신다. 나도 그 습관에 길들여져 식사 후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 천원이란 거금을 주고 마실까 말까 고민을 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 먹진 않았지만 장난으로 ‘중국에서 커피장사나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커피를 접하게 된 계기는 시골로 답사를 갔을 때였다. 인심이 넉넉한 마을 주민은 나를 반갑게 맞으며, 항상 커피를 내왔다. 시골에서 커피는 접대음료로 통했다. 재밌는 건 집집 나름의 제조방식이 있었고 맛도 조금씩은 다르다는 점이었다. 


설탕과 커피를 듬뿍 넣은 커피를 감사의 표정과 함께 마셨다. 처음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집을 들릴 때마다 커피가 나오니 당황스러웠다. 6가구를 돌며 6잔을 마셨다. 손님에 대한 최상의 접대로 커피를 내온 것이기에 사양 못하고 감사의 말과 함께 억지로 다 마셨다. 숙소로 돌아갈 때쯤엔 속은 속대로 부대끼고 머리는 머리대로 아픈 거 같았다. 연거푸 6잔을 마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영향인지 지금은 하루에 커피 6잔은 기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커피포트에 물 끓이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거다. 출근 중에도 시원한 캔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지하철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지오지아’ 커피를 마신다. 유일하게 지하철 자판기에서는 지오지아가 800원이다. 


뾰로롱 둥글둥글 회사에 도착하면 업무시작하기 전까지 종이컵에 물을 부어 커피한 잔을 한다. 가끔 친구들이 맥심커피를 많이 마신다며 아메리카노 ‘칸타타’나 공유가 선전하고 있는 ‘카누’를 한 봉지 주고는 한다. 얻어먹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그래도 난 맥심이 좋다.


점심시간. 졸음이 서서히 다가오면 또 한 잔의 커피와 “역시 커피는 오후 두시에 마셔야 제 맛!!”이라고 외치는 동기들과 수다 오 분을 떤다. 그래서인지 이때부턴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밖에 들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는 나에게 있어 하루를 유지해주는 각성제다. 그리고 여유를 부리고 싶을 때 내세울 수 있는 무기도 된다. “나가서 커피한잔?” 바깥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웅크려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호호 불어가며 마시는 그 맛이란… 


컴퓨터와 나와 나란히 앉은 공간에서 또 두 시간 작업. 뚜닥뚜닥. 또닥또닥. 입이 심심하당. 이번엔 좀 특별하게 커피에 홍차를 타 마셔 볼까? 냉큼 맥심커피에 유럽의 향이 느껴지는 다즐링을 타서 마시면 홍차라떼가 된다. 배고프면 커피에 율무차를 타서 곡물라떼를 만들어 먹는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홍차라떼, 곡물라떼 만큼 맛이 좋다. 가격도 착하고. 


아, 가끔은 나도 화려함을 느끼기 위해 커피 마시러 회사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점심은 식당에서 2500원짜리 밥을 먹고, 커피는 커피숍에서 점심시간 할인을 적용받아서 3000원에 사서 마신다. 커피 값이 밥값보다 비쌀지만 뭐 분위기 값이라고 해두자. 평소엔 싼 커피를 마셔주니 가끔은 비싼 커피 마셔줘도 되잖아? 이래나 저래나 나름의 합리화를 통해 오늘도 커피 한 잔… 이제 커피는 일상이다.


Written by 빙구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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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보면 우아한 옷을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고급스런 가방을 멘 여성의 손에는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있다. 회사로 가는지, 친구를 만나러 가는지 바쁜 걸음이다. 멀뚱멀뚱 나는 짧은 1초 동안 여자의 스타일을 평가하고 바로 컵으로 눈이 향한다. 자동반사적이다. 스타벅스, 커피빈, 엔젤리너스 등 유명한 커피전문점의 커피인지 아니면 길 다방표 커피인지를 확인한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 해서웨이’가 잘 차려입고 커피를 양손으로 들고 뉴욕 한복판 거리를 걷는 장면은 여성 누구나 꿈꾸는 장면이다. 직업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는 현대여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직장에 다니면 꼭 반듯한 옷을 차려입고 커피한 잔을 손에 쥐며 출근해야지 생각했는데, 현실은 사무실에서 잠 쫓기 대용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어쨌든 커피는 현대 여성을 돋보여주는 필수 아이템이자 궁핍함을 보여주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러한 커피의 모순적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요즘 한층 연말분위기를 채우기 위해 커피전문점에서는 커피 한잔을 구입할 때마다 스티커를 준다. 스티커 20장을 채우면 다이어리를 제공한다. 실제로 다이어리의 가격은 스티커 20장을 채우는 것보다 저렴하지만 사람들은 커피 브랜드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20장을 빼곡히 채운다. 다이어리를 탐하는 자들은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약속장소를 필사적으로 카페로 추진한다. 


모으는 재미와 붙이는(?) 재미는 마약과도 같아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인터넷 카페에서 스티커가 장당 약 500원~1,000원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까지 나오는 걸까? 그냥 다이어리를 구입하면 될 것을. 사실 나도 길거리에 떨어진 스타벅스 스티커를 주워 모으면서까지 다이어리를 받았다. 


“난 스타벅스 커피가 더 맛있어. 나는 커피빈. 나는 투섬.”, “나는 벤티 싸이즈의 아메리카노를 마셔줘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라며 으스대며 서로 커피 브랜드에 따른 선호도를 자랑하는데, 이것은 브랜드 커피만 마시는 까다로운 여자임을 5분간 보여주는 면이다. 그러면서 비싼 커피를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타는 모습을 보여준다. 커피의 화려함을 택한 대신 지갑의 궁핍함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자기 자동차를 타고 커피를 마시는 진정 커피러버들도 있지만 말이다.


written by 빙구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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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이야기 - 특선요리 - 연말 달력 이야기 1

 

 

  감색양복을 멋지게 입은 사람이 은행창구에 앉아 있어. 맞아. 아까 봤던 달력아저씨야. 이때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네. 은행직원이 마주 웃으며 말을 건네고 있어. 우리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볼까?

 

  "상환이 완료되었어요. 축하합니다. A고객님"

 

  이름을 듣지 못해서 급하게 A라고 했어. 괜찮지? 우리 아저씨는 여전히 웃고 있어. 지하철에서의 아저씨가 해준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아마 이때가 은행대출을 모두 갚은 시점인 모양이야. 아저씨 축하해요. 앞으로 탄탄대로만 남았네요.

 

  "덕분에 아주 빨리 갚은 것 갚아요. 고마워요."

 

  하고 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섰어. 이제 집으로 달려가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주는 일만 남은 거지. 근데 아저씨는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은행직원에게,

 

  "아참 잊을 뻔 했군. 저기 달력 주시오. 2013년 은행달력 말이오."

 

  아, 아까 들고 있던 달력을 여기서 받은 모양이야. 은행직원이 달력을 찾고 있어. 자기 자리에는 없는지 주변 직원에게 물어보다가, 그도 없는지 지점 전체를 뒤지고 있어. 공짜 달력도 구하기 힘들다는 말이 사실인가 봐. 은행직원이 분주해지는 것에 맞춰 아저씨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사라지더니,

 

  "죄송합니다. 이번에 달력 찾으시는 고객이 많아 달력이 전부 소진된 상태입니다."

 

  하는 순간, 아저씨의 얼굴은 처음으로 굳어졌어. 아주 심각한 얼굴, 봐. 미간에 그려진 내 천川자를. 그깟 달력 하나에 뭐 그리 심각해지냐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은행에서 다음해 달력을 받는 일은 아저씨한테 굉장히 중요한 일이거든.

 

  내가 아저씨한테 들은 이야기를 해줄게.

 

  아저씨는 스물세 살의 첫 월급날에 처음으로 K은행에서 첫 통장을 만들었어. 그 날이 바로 12월 달이라 은행에서 달력을 주었어. 그날부터 아저씨의 은행달력 역사가 쌓인 거야. 무슨 역사냐고. 아저씨의 역사, 아저씨 가족의 역사. 달력 숫자 하나하나에 차곡하게 하루하루의 일들을 쌓아간 거야.

 

  매달 7일에는 별표가 그려지고 숫자가 새겨져. 30여 년 동안 조금씩 늘어간 숫자들, 7일이 무슨 날이냐면? 바로 월급날이었지. 아내와의 첫 데이트 날에는 194×2=388원이라고 적혀있대. 그때 다방커피 한잔이 194원이었거든. 이게 아저씨의 생애 첫 커피였어. 겉으로는 맛을 음미하는 척 해도 속으로는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느냐며 투덜거렸다고 해.

*타인의 첫 커피에 관심이 있다면?  두 남자의 커피 비긴즈*

*고은 시인의 생애 첫 커피가 관심이 있다면? [차 마시는 앵무새] 내 생애 첫 커피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는 매일매일 작은 숫자들이 이어지지. 여기서 퀴즈. 이 숫자들이 뭘까? 3, 2, 1, 0. 정답은 바로 아저씨가 아내에게 사다준 과일의 기록이야. 자두, 복숭아, 바나나, 수박, 귤. 아내가 과일만 찾았거든.

 

  이렇게 35년이라는 시간이 쌓인 거야. 아저씨의 안방 문갑에는 35개의 달력이 소중히 모셔져 있어. 아내가 이따금 꺼내보며 미소 짓는 게 아저씨의 취미야.

 

  한번은 딸애가 무슨 커피 집에서 쿠폰으로 받았다며 다이어리를 선물한 적이 있었어. 신식이라며 며칠 써본 아저씨는 금방 은행달력을 돌아갔어. 다이어리는 글씨도 작은 게 영 쓸 맛이 안 난다나 뭐라나. 저녁에 아내와 팔 베게하고 누워 벽에 걸린 달력 보는 재미도 없다며…….

 

  이런 아저씨에게 2013년 은행달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2012년을 마지막으로 지구가 멸망하는 일하고 똑같은 거야. 쌓아갈 내일이 없다는 의미인거지.

*2012년 지구 멸망에 관심이 있다면? 지구 멸망과 동지 팥죽의 관계*

 

  다른 은행달력도 있잖아. 달력을 사도되고. 라고 생각했지? 나도 지하철에서 들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 근데 생각해봐. 다들 '이거 아니면 절대 안 돼.'라는 물건이 하나쯤은 있지 않아? 그게 너구리 라면일 수도 있고, 아이폰일 수도 있고, 스타벅스 커피이기도 하고. 하나의 물건에 하나씩의 사연을 간직하며.

 

  스타벅스 다이어리하고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어. 열심히 17장을 모아서 다이어리를 교환하러 갔는데, "다이어리 물량이 소진되어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하고 점원이 말하면 어떤 기분이겠어? 참담하지. 그리곤 어떤 행동을 하겠어? 스타벅스 다이어리 구하겠다며 이 동네 저 동네 매장은 다 찾아다닐 거잖아.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관심이 있다면? 스타벅스 다이어리- 스티커 모으기 대작전 돌아보기

 

  아저씨도 마찬가지야. 내일까지 꼭 구해주겠다는 은행직원을 뒤로 하고 가장 가까운 매장부터 뒤지기 시작하는 거 보이지? 집념의 사나이. 은행달력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제주도라고 갈 기세야.

 

  결국 아저씨가 들린 은행지점이 10군데야. 자그마치 지하철역 다섯 개야. 대단하지. 그러고 결국엔 득템. 박수 쳐야지. 짝짝짝짝짝. 다행히도 지구가 멸망하는 일 따윈 없어. 2개나 얻고 집에 가는 길에 만난 게 바로 나였지.

 

  "집에 가면서 아내가 좋아하는 과일을 사갈거야. 사과, 배, 바나나, 멜론……."

 

  하고 아저씨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 2012년의 마지막 역사가 채워지는 거지. 상상을 해봐. 과일을 먹으며 아내와 2013년을 써나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 아저씨의 이야기는 이게 다야.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달력에 삶이 깃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 집안을 한번 둘러봐. 어떤 달력이 걸려있어? 은행달력이야? 회사달력? 아니면 학교달력일까? 병원달력? 아하, 무한도전 달력도 있을 거야. 보여? 그 달력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어때?

 

written by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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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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