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새벽일을 한 적이 있다. 새벽일이라면 짐작하겠지만 공사현장에 나가는 거였다. 5시 일어나 차로 부지런히 달리면 7시쯤 현장에 도착한다. 새벽에 일어나본 이라면 알겠지만 씻을 시간도 부족한 아침이다. 

매번 대충 국에 밥 말아 마시듯 먹거나 운 좋게 컨디션 좋아 일찍 일어난 날이면 그나마 밥상 구색 차려 한술 뜨는 게 전부다. 나중엔 체력 딸려 잘 일어나지 못하는 날이 허다해 빈속으로 나가는 게 일수였다. 그래도 나는 부지런한 어머니 덕에 그나마도 잘 챙겨먹은 경우였다.


함께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아침을 거르고 출근했다. 전부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현장엔 아침 해결할 함바집도 있었지만 상태가 군대 짬밥보다 못했다. 그러다 보니 조회 후 식사 대부분은 편의점에서 해결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맛도 괜찮다. 인스턴트와 레토르트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한 끼 때우는데 큰 거부감은 없었다.

초반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햄버거였다. 봉지 끝 살짝 뜯어 레인지에 잠깐 돌리면 금방 따뜻한 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햄버거가 그렇듯 콜라와 조화가 괜찮았다. 햄버거를 먹으며 가장 좋았던 건 굳이 의자에 앉아 먹을 필요가 없단 것이었다. 돌린 햄버거를 들고 아무 곳이나 앉아 먹으면 그만이었다. 뭐, 땅바닥에 앉아 먹는 경우도 있어 보기는 안 좋았을지 모르지만.


햄버거 종류는 많았다. 흔한 불고기버거부터 치킨버거, BBQ버거. 못해도 8가지는 된 듯하다. 오늘은 이거 내일은 저거, 선택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개인적인 입맛으로는 불고기버거가 가장 먹을 만했다. 하지만 햄버거의 가장 큰 단점은 먹고 난 후의 니글거림이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빵에 고기를 넣어대니 콜라를 마신다 해도 느끼함은 가시지 않았다. 나중엔 니글거리다 못해 더부룩하기까지 해 그리 오래 먹지 못했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메뉴는 햄버거보단 깔끔한 샌드위치였다. 채소도 많이 들어있고 고기라 해야 베이컨이나 참치 정도라 느끼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었다. 샌드위치도 햄버거 못지않게 종류가 많았는데 참치마요네즈 샌드위치, 케이준 치킨샐러드 샌드위치, 빵만 다른 호밀빵 샌드위치 까지. 들어있는 내용물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었지만 참치마요네즈 샌드위치는 맛이 꽤 훌륭했다. 참치의 담백함에 마요네즈의 부드러움이 식감을 자극했다. 더불어 레인지에 돌릴 필요가 없어 편리했다.


그러나 샌드위치는 햄버거보다도 오래 먹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샌드위치는 신선한 채소와 빵의 조화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편의점 샌드위치 그렇지 못했다.

빵보다 내용물이 적어 한 두입 베어 먹으면 서너 입은 빵만 먹어야했다. 그래서 두어 입 베어 먹고 나머지 빵 자투리는 피자 끝처럼 버렸다. 그래도 햄버거는 빵이 모자라 버린 적은 없었는데 샌드위치는 그렇지 못했다. 

샌드위치에 들어간 계란은 텁텁하기 일 수였다. 전혀 후레쉬함 따위는 없었다. 특히 식빵 테두리를 떼지도 않은 샌드위치는 악몽이었다. 나중엔 샌드위치 하나 다 먹기 싫어 옆 동료와 하나씩 나눠 먹은 적도 다수다.


샌드위치를 포기 후 나의 아침은 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빵과 우유가 됐다. 편의점에서 파는 빵의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옥수수 크림빵과 옛날 크림빵을 뚱땡이 바나나우유에 먹었다. 지극히 개인적 견해로 빵과 바나나우유는 최강의 조합중 하나인 것 같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빵의 식감을 바나나우유가 커버해주며 부드러움은 유지시켜준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 견해다. 빵과 우유는 괜찮은 대안 책이었으나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인 연유로 빵과 우유로는 힘쓰기가 참 어려웠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아침에 밥을 먹어야지!”라는 고리타분한 이유를 대며 이후 쌀이 들어간 음식에 입을 대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찾을 수 있는 쌀은 햇반, 삼각김밥, 김밥, 죽 정도였는데 햇반은 반찬이 없어 안됐고, 죽은 무언가 아쉬웠다.

편의점 최고의 제품인 삼각김밥은 내가 아침 먹기 위해 편의점을 방문했을 때는 동이 났을 때가 많았다. 그나마 한두 개 남아있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는 맛이었다. 






삼각김밥의 탑은 참치마요네즈, 소고기 고추장, 전주비빔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인정 못 할 수도 있지만 삼각김밥이 우리나라 편의점에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맛들이다. 그만큼 맛은 인증과 보증을 거친 셈이다. 이것들을 그곳에서 일하는 내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나의 선택도 점차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김밥. 편의점 김밥은 진짜 김밥이다. 김과 밥뿐이다. 아! 물론 단무지는 빠지지 않고 잘 들어있어 김과 밥 그리고 단무지와 먹는 것 같았다. 길에 즐비한 천국에서 파는 김밥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천국에서 파는 김밥은 편의점 김밥에 비하면 이름대로 천상의 맛이다. 더불어 비닐 포장이라 전자레인지에 데워먹기도 어딘가 꺼림직 했고 그냥 먹자니 딱딱한 밥을 넘길 수가 없었다. 그 음식을 먹자니 차라리 굶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편의점 김밥은 그냥 쓰레기 수준이다. 같은 김밥인데 삼각김밥과 어쩜 그리 다른지 묻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고 최악이었다. 음식을 그렇게 만드는 건 죄악이다.


김밥에 충격 받아 더 이상 편의점에 먹지 않았다.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꼭 챙겨 먹었는데 그렇지 못한 나의 동료들은 편의점 음식을 가지고 여러 조합을 시작했다. 조합은 물론 성공도 실패도 있었지만 대부분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다.

한 동료는 굴하지 않고 매일 컵라면을 먹었는데 물론 컵라면 하나만으론 부족했다. 이를 메워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햇반’이었다. 

라면이 익는 동안 햇반을 레인지에 돌리고 라면을 먹은 후 국물에 햇반을 말아먹었는데 김밥 혹은 삼각김밥 라면 조합보다 궁합이 좋았다.


혼자 먹으면 양이 많기에 항상 옆 동료와 같이 나눠먹었는데 이 조합은 맛도 포만감도 상당히 높았다.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라면국물 밥 조합은 못해도 반타작이었다. 나중엔 이 조합도 부족했는지 계란을 하나씩 넣어 먹기 시작했다.

다른 편의점에도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 현장에 있던 편의점은 낱개 계란을 팔았다. 계란하나와 라면을 사 라면 물 부어 익힐 때 같이 계란을 깨 넣어주면 라면 익을 때쯤 계란이 부드럽게 익는다. 생각해보면 시중에 계란라면이 버젓이 왜 이렇게 먹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컵라면과 봉지라면 맛이 다르듯 이 역시 계란라면과는 사뭇 맛이 달랐다. 맛은 물론 계란라면  만큼이나 괜찮았다. 단, 계란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따라하지 않는 것이 좋다.





누군가 “도시락은 왜 안 먹었어?”라고 할 수 있지만 늦는 날엔 삼각김밥도 동나는 곳에서 아침에 도시락 먹기란 겨울에 천도복숭아 구하기였다. 아마도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나름 머리 굴려가며 이렇게 저렇게 먹지 않았을 거다. 세상 모든 거 질려도 밥과 물은 안질릴테니 말이다. 


몇 달이라는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시간에 편의점 먹을 수 있는 온갖 음식을 먹어봤고 이것저것 섞어가며 먹어봤다. 누군가 편의점에서 추천을 원한다면 라면과 햇반, 삼각김밥 조합을 추천하고 싶다. 그나마 가장 끼니답고 간단하다. 매일 먹을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웬만하면 부지런해져 집밥 먹는 게 최고라 말하고 싶다. 세상의 최고의 음식은 어머니의 수와 동일하니까.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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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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