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민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모두들 초등학교를 다니지만 내가 초등교육을 받을 시기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다.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국민학생이니?”라고 물어보면 “네?”하고 반문이 돌아온다. 아마 생전 처음 듣는 단어일 테니 되묻는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초등학교로 바뀐 건 1996년 이후다. 일제강점기 일본왕의 칙령으로 ‘황국신민의 학교’라는 의미인 ‘국민학교’로 불렸는데 광복이후에도 그대로 사용했다. 이후 민족정기회복차원에서 명칭을 국민에서 초등학교로 변경했다.

물론 나는 그 변경사항 없이 그대로 국민학교라는 이름으로 초등교육을 마쳤다. 내가 졸업한 이후 아이들은 초등학교 졸업일지 몰라도 난 어쨌든 초등학교를 다닌 적은 없다.


처음엔 초등학교라는 게 입에 착착 붙질 않아 주구장창 국민학교라고 말하곤 했다. 근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고 익숙해지니 국민학교라는 말이 더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지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한글 프로그램만 해도 국민학교라는 단어만 써도 알아서 초등학교로 척척 바꿔주고 있어 일일이 고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컴퓨터도 국민학교라는 단어가 어색한 것이다.


아픈 의미를 지니고 시대 속에 잊혀 진 단어지만 나에겐 그냥 어린 시절이다. 국민학교를 나왔다고 내가 일본의 정신을 이어 받은 것도 아니고 일본의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철없는 어린 시절이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풋풋하고 때 묻지 않았던 때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그립고 아쉬운 그런 시절. 넉넉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고 부러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꿈으로 가득하던 시절, 그 꿈 많던 시절의 나는 마지막 국민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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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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